이재명 대통령이 21년 만에 국빈방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키로 했다.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남미 맹주인 브라질과의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공략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룰라 대통령과 회담을 열어 △경제·금융대화 △과학기술 △농업 △보건 △중소기업 및 기업가정신 △보건 관련 제품분야 규제 △농약 등록 인허가 절차 간소화 △농업기술 △치안협력 강화 등 10건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국 정부의 고위급 경제·무역관계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제·금융대화를 신설하는 한편 한국이 강점을 지닌 AI(인공지능), 그린·바이오와 브라질의 핵심광물 활용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풍부한 인구와 자원을 보유한 브라질과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한국의 경제협력 강화를 예고한 셈이다. 한국과 브라질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것은 1959년 수교 이래 67년 만이다. 브라질은 2억1000만명의 인구대국이자 2024년 기준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2조3100억달러(약 3327조원)로 세계 10위 경제대국이기도 하다. 빼놓을 수 없는 수출시장인 셈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미국발 관세문제로 우리나라가 수출에 여러 애로가 큰 상황에서 브라질이라는 큰 시장과 경제협력 및 교류를 확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양국 교역규모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20억달러로 브라질은 멕시코에 이은 중남미 내 2위 교역국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대표기업 100여개사가 현지에 진출해 있어 우리 기업의 글로벌 생산거점이기도 하다. 전세계 광물 생산가치 기준 11위에 달할 정도로 광물자원 보고로도 여긴다. 고강도 합금에 첨가물로 쓰이는 니오븀 생산량은 전세계 1위다. 철광석(2위) 흑연(4위) 니켈(8위) 희토류(10위) 분야에서도 강국이다.
최근 브라질은 특히 친환경 자동차부품과 항공기 등 첨단 제조업 육성에 집중투자한다. 첨단기술과 제조업에 강점을 지닌 한국과 협력지점을 넓히는 접점이 늘어날 전망이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공동 언론발표에서 "에너지전환은 양국 생산부문간 상호 보완성을 확대할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며 "핵심광물 공급망에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첨단기술, 반도체, AI분야에서도 협력의 여지는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양국 관계 격상은 한국의 중남미 수출시장 공략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브라질은 1991년 남미에서 '아순시온협약'으로 출발한 메르코수르의 주도국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관세압박에 맞서 메르코수르와 유럽연합(EU)은 올해 협상 개시 25년 만에 FTA(자유무역협정)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한국과 메르코수르 무역협정 진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수출시장 다변화와 중견국 연대강화의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룰라 대통령도 이 대통령의 언급에 적극 공감했다.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글로벌 시장확대를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아가는 게 필요하다"며 "메르코수르의 일원인 브라질처럼 (협력) 채널을 늘려나가는 건 적극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