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필리핀 순방을 떠난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일정 중에도 국내 최대 현안인 부동산 정상화 문제를 거론했다.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자금 흐름을 옮기는 이른바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2일 싱가포르 외교부 청사에서 샨무가라트남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오래 전 성남시장으로 일할 때부터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있었다"며 "정말로 놀라운 점은 이 좁은 국토에서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으면서도 주택이나 부동산이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을 계기로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많이 배워가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의 주택 공급 시스템은 전세계 공공주택 논의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모델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약 90%를 소유하고 있는 국유지를 기반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모델로 HDB 공급 주택의 분양가는 현지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싱가포르 국민의 약 80%가 HDB 공급 주택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이 '집'을 소유할 수는 있지만 '토지'는 국가의 것이란 점에서 투기 방지 모델로도 여겨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직후에도 X(엑스·옛 트위터)에 "집을 사고파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것이 이익이 되게 할지 손해가 되게 할지는 정부가 정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집을 사모으는 사람, 팔지 않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사는 것이 이익이 되도록 정부가 세금, 금융, 규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결국 투기한 사람이 아니라 투기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든 정치인, 정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선택이 손실이 되도록 세금, 금융, 규제를 철저히 설계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규제 도입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싱가포르는 좁은 국토에 국민소득이 1인당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에 가까운 나라이지만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로 고통받거나 국가발전이 저해되지 않는다.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투기 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7일 김혜경 여사와 공동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 아파트를 판 돈으로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투자할 것이란 말이 나왔다. 해당 부동산을 팔면 이 대통령은 무주택자가 된다.
이 대통령의 주택 매각은 부동산에 묶인 비생산적 자금을 자본시장이나 기업 투자 등 생산적 분야로 돌리는 '머니무브'를 몸소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국정 최고 책임자의 선제적 주택 매매로 정책 당국자들과 다주택 및 비거주 1주택 소유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X에 "(매물로 내놓은 분당 아파트는) 앞으로 퇴임하면 아이들 흔적과 젊은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가며 죽을 때까지 살고 싶었던 집"이라면서도 "부동산 정책 총책임자로서 집 문제를 갖고 정치적 공격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보다 만인의 모범이 돼야 할 공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자 싶어 판 것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