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 공직자가 부동산 정책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강수를 둔 것은 부동산 정상화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결단으로 해석됐다. 부동산 대책의 변곡점으로 예상되는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 유예' 만료를 앞두고 공직자들의 다주택 매각에 속도를 더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2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통해 "부동산 주택 정책 담당자들에 대한 부동산 보유 현황을 파악 중에 있다"며 "파악되고 난 다음에 (부동산 정책) 업무 배제 조치와 같은 것들을 시행할 생각이고 이와 같은 지침은 각 부처 내각에 전달이 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이 대통령이 X(엑스·옛 트위터)에 관련 지시를 공개한 데 따른 설명이다.
청와대 내 부동산 정책 주무 부서는 정책실과 그 산하 국토교통비서관실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매주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어 사실상 전 부처에 걸친 정책들을 검토·논의하는 만큼 청와대 전 참모진이 부동산 현황 파악의 대상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부처 역시 국토교통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재정경제부, 국세청 등까지 정책 유관 부서가 폭넓게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다만 정확히 누가 업무 배제 조치의 대상인지에 대해 이 수석은 "이 자리에서 특정인(특정 부처)을 지목해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며 "다만 청와대 참모들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자율적으로 대통령의 시책에 어긋나지 않게 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동안 내왔던 발언 대비 한 층 강경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면세 연장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후 다주택 보유 등 부동산 투기 행위에 강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자 이미 다주택을 포함 부동산을 다수 보유 중이거나 갭투자를 한 청와대 참모진이나 장차관들을 향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날아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SNS를 통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추구할 뿐 집을 팔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면서도 "사회악은 다주택자들이 아니라 다주택이 돈이 되게 만든 정치인들"이라고 했다. 또 "집은 투자·투기용보다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니 그 반대의 선택은 손실이 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할 뿐"이라고 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공직자 다주택 해소를 강제하진 않았다.
한 달여 후 나온 이 대통령 초강수 발언은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나왔거나, 특정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기보다는 5월9일을 앞두고 정책 효과를 더욱 확실하게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이런 흐름에 공직자들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했다.
최근 강남 3구와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주택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이 흐름에 속도를 더 붙이겠다는 것이다.
이날의 초강수는 사실상 예고됐다는 해석도 있다.
한 달 전 이 대통령이 집을 매물로 내놓은 것 자체가 이미 공직자들에게 던진 가장 직접적인 메시지였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김혜경 여사와 공동 명의로 보유 중이던 성남 분당구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놨다. 이 대통령은 당시 "만인의 모범이 돼야 할 공직자로서 책임을 다하자 싶어 판 것 뿐"이라고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퇴임 후 돌아갈 주택으로 1주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매도하기로 해 야권으로부터의 공세를 차단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청와대와 내각에 다주택을 해소하라는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해 "부동산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들로부터 괜한 오해를 사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강경 발언을 내놓은 만큼 부동산 시장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향후 더욱 강력한 수단들이 나올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이미 SNS와 공개 회의 등을 통해 부동산 보유세 강화, 다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을 거론한 상황이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의 지시를 두고 지시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를 들어 다주택 공직자의 경우, 매도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채 주택을 내놓았다는 것만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지, '비거주 고가주택'에서 '고가'의 기준은 어느 정도인지 등이다.
이 수석은 "그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갖고 있지는 않다. 나중에 시간을 갖고 정리해 드리겠다"면서도 "(다주택자로서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공직자의 경우) 업무 배제의 원칙은 분명히 갖고 있고 그 원칙을 허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