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검찰은 사라졌지만 권력은 남았다

[우보세] 검찰은 사라졌지만 권력은 남았다

이태성 기자
2026.03.23 05: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검찰은 집중된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 부패했고, 권력의 시녀를 자처했다. 급기야 정치세력화해 내란 세력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며 국민을 배신했다. 이제 검찰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겠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 법안인 공소청법을 상정하면서 제정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특정인을 겨냥한 표적 수사나 정권 핵심 인사에 대한 봐주기 수사 등으로 국민을 배신한 검찰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랜 기간 검찰의 행태를 지켜본 국민들의 시선도 아마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검찰의 막강한 권력은 수사 지휘·수행의 수사권에 더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 소속인 공소청,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검찰개혁 법안은 민주당 주도로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오는 10월이 되면 중수청이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내란, 외환·사이버범죄 등을 수사하는 수사하고, 공소청은 수사권 없이 기소만 맡게 된다. 1948년 정부 수립 당시 검찰청법이 제정된 이후 78년 만에 검찰청이 영욕의 역사를 뒤로한 채 간판을 내리는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한 검찰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였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검찰 해체는 노무현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반노무현, 반개혁, 반역사적 퇴행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반면 중수청 설치로 수사기관의 독립성이 더 퇴행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검찰 해체로 핵심 수사기관이 될 경찰,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모두 과거의 검찰보다 정치적 외풍에 휘둘리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역사적으로 정치 권력은 인사권을 통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독립 수사기관인 공수처 외에 행안부 산하기관인 중수청과 공룡 수사기관이 될 경찰이 이런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기관간 견제 장치가 사라진 것도 이런 우려에 힘을 싣는다. 경찰 등에 대한 공소청 검사의 영장 청구·집행 지휘권은 삭제됐고 부당 수사를 한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중지·직무배제 요구권도 사라졌다. 중수청이 수사 개시 때 검사에게 통보해야 할 의무도 없다. 2만명이 넘는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 역시 박탈됐다.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특정인을 겨냥한 수사를 시작하거나 반대로 수사를 미룰 때 이를 견제할 수단이 거의 마땅찮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예상되는 부작용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고소·고발인의 이의신청 및 수사심의위원회 활성화, 수사기관에 대한 감찰기구 강화 등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관 간 견제 장치가 모두 사라진 상태에서, 지금도 유명무실한 제도를 통해 수사기관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 아닐까.

국민들이 바라는 개혁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정한 수사기관의 설립이다. 공소청과 중수청이 정치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마저 곧 개혁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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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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