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2단계 입법안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상반기 처리가 사실상 불발됐다. 중동발 리스크 대응으로 법안 처리가 후순위로 밀린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국회 정무위원회 구성·일정상 아무리 빨라도 하반기에나 법안 처리가 가능해졌다. 정부·여당의 합의안에 국회입법조사처가 위헌성을 지적하고 있어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31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에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제외됐다. 당정은 올해 1분기까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처리하겠다고 목표했다. 이에 따라 이달 초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하고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중동발 금융위기로 순연됐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이 중동발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순연된 당정협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정무위 소위에 안건을 올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무위 안팎에서는 당정협의가 내달 중 개최돼 당정안이 확정돼도 일정상 상반기 처리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여야 간 입장차가 크다.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양당 간사들에 4월 말~5월 초 법안소위 및 전체회의 개최를 제안하며 비쟁점법안 법안만 다루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20%로 제안하고 예외적으로 34%까지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데 대해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으며 산업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비판 여론이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무위 등 야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의 법안처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다가오는 제22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에서 상임위 독식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이 6월 재편에서 정무위원장직을 차지할 경우 야당의 반대에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에도 위헌성 시비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국회입조처는 지난 26일 발간한 보고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무엇이 쟁점인가'를 통해 "지분 보유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은 재산권(헌법 제23조)과 기업 활동의 자유(제15조)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며 "과잉금지 원칙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입법 목적을 명확히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입조처가 보고서를 통해 입장을 정리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이는 대주주 지분 제한 당정안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가상자산은 신시장이기 때문에 이번 입법은 속도전이 핵심이다. 과도한 규제 조항으로 입법 자체가 지체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