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음을 아껴가며 편성한 추경안을 직접 설명해드리고 국회의 신속한 협조를 구하고자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중동전쟁에 따른 위기극복을 위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빠른 처리를 당부하면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추경안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증시·반도체 경기호황 등에 따른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원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 대통령은 특히 △고유가 부담완화(10조1000억원) △민생안정(2조8000억원) △산업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2조6000억원) 크게 세 갈래로 나뉘는 추경안 편성 배경과 세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기극복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다"며 "국가 위기 앞에 국민과 나라를 위한 충정으로 정부와 국회가, 여와 야가 손을 맞잡고 나아가자. 예산안이 신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위기'란 단어를 28회 사용하는 등 연설 내내 엄중하고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에 대한 절박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국민들을 향해서도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끼고 비닐봉지 하나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며 서로를 배려하고 대중교통 이용, 생활절전 등 일상 속 에너지 절약 실천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여야는 3일부터 열리는 4월 임시회에서 추경안 심사에 본격 착수한다. 오는 7~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및 심사 등을 진행하고 3·6·13일 대정부질문에 나선다. 오는 10일 추경안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한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이번 추경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거용 현금살포'로 규정하고 국회 심사과정에서 삭감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추경은) 선거 후 세금 핵폭탄을 떨어뜨리기 위한 달콤한 마취제"라며 "무능은 현금살포로 덮어지지 않는다. 가장 어려운 취약계층부터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정연설은 선거용 매표 추경을 합리화시키는 정치연설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송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동 전쟁 민생 경제 위기를 강조했지만 실제 추경안의 내용은 소득 하위 70% 지원금과 지역 확대 등 선심성 현금 살포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세수가 초과했다는 걸 기준으로 현금 살포성 추경을 집행하면 하반기 경제에 매우 큰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시정연설 전 이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정당 대표간 환담자리에서도 신경전이 감지됐다. 이 대통령은 "국가 미래와 국민들의 삶이라는 목표 아래 모두 함께 힘을 모아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비슷한 푸른색 계열 넥타이를 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깔맞춤을 했다"고 농담하자 연보랏빛 넥타이를 착용한 장 대표가 "대통령님과 정 대표님은 소통이 되는데 야당과는 소통이 안되는 것같다"며 뼈 있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환담자리에서 "5·18정신의 헌법전문 반영이나 계엄선포의 엄격화 등은 이론이 없을 만한 부분이라 (여야간) 충분히 합의될 수 있으니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헌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단계적·부분개혁에 또다시 힘을 실어준 것이다. 우 의장은 3일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 진행을 목표로 하는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