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대표가 부산 북갑 보궐선거 무소속 출마를 시사한 뒤 국민의힘 내부에서 '무공천' 논쟁이 시작됐다. 부산 북구에 국민의힘이 자체 후보를 내야 하는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당 지도부와 친한계(친한동훈계)의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 전 대표는 14일 부산 북구 지역에서 전세로 얻은 한 대단지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산시장 출마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부산 북갑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산 북구에서 시민들과 함께 서로 신뢰하면서 그리고 함께 발전하고 함께 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가 부산 북갑 도전 의사를 공식화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무공천 논쟁'이 한창이다. 한 전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출마할 경우 보수 유권자들의 표가 분산돼 당선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친한계와 당내 비주류 일각에서 '국민의힘이 공천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북갑을 여권에 내주지 않고 보수 진영에서 되찾아 오려면 한 전 대표의 원내 입성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4선 중진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도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 전 대표의 부산 북구갑 출마는 기정사실"이라며 "당이 후보를 낼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쉽게 승리할 수 있다. 차라리 단일 구도로 싸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결과가 예측되는데도 무조건 공천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패배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고도 했다.
당 지도부는 '무공천' 요구에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부산 북갑 자리가 비면 국민의힘 후보를 낼 것"이라며 "무공천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소속 출마는 당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며 일부 당내 인사들의 지원 움직임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출마할 국민의힘 후보로 꼽히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도 지도부의 입장에 힘을 보탰다. 박 전 장관은 SNS(소셜미디어)에 "단일화니 3자 구도니 제 머릿속엔 없다"며 "잘못한 것은 호되게 야단맞고, 참회할 것은 눈물로 참회하며, 북구 주민의 '합격 도장'을 직접 받겠다"고 썼다.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떨어진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공당으로서 원칙과 정도를 지켜야 한다"며 후보 공천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 안팎에선 부산 북갑 공천 여부를 두고 내부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전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장동혁 대표 지도부와 차기 당권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와 단일화를 거부하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는 '자객 공천'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아닌 한 전 대표를 겨냥한 공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경우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어 높아져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여권에선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의 부산 북갑 차출설이 언급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하 전 수석을 겨냥해 "정치는 시민을 보고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허락을 받아 출마하는 식의 접근은 적절치 않다"고 견제구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