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전쟁 시대,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②

서동욱 더리더 편집장
2026.04.16 10:41

[서동욱의 The 밀리터리]

K-방산의 성공요인을 다양하게 말할 수 있지만, 기술도입 - 자체개발 - 한국군 운용(납품) - 수출로 이어지는 발전 사이클이 효율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로부터 부채 일부를 무기 등 현물로 받은 불곰사업, 미국 항공업체와 장기간 진행된 기술협력이 지금의 K-무기 탄생에 큰 기여를 했다. 2010년대 이후 기술 발전과 함께 상업용 드론이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드론 관련 기술력도 함께 성장했다. 드론의 전력화 여정을 통해 축적된 기술력 만큼은 군사 강국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하이급'의 고기능 드론은 대형 방산업체 주도로, '로'급의 저가 공격용 드론은 중소업체 주도로 생산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드론전력화가 체계적으로 이뤄져 우리 군에 안정적 납품이 진행될 때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주요 방산업계의 드론 기술력을 알아본다.

풍산, 탄약제조 강점 활용 공격용 드론 두각

비철금속 전문기업인 풍산은 1970년대부터 탄약의 대량생산과 국산화를 시작했다. 탄종별 대규모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어 지상무기는 물론 함정 발사무기 탄약도 생산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격용 드론에서 강점을 보인다. 풍산이 선보인 '탄약투하공격 소형드론(MAD-AM)'과 '탄약 자폭드론(MAD-SD)'은 공격에 최적화된 무기다. MAD-AM은 드론에 탑재된 이중목적 고폭탄으로 적의 경장갑차량이나 병력을 공격할 수 있다. 자제적으로 표적비행을 하는 공격용 드론인데, 2024년 국내 최초로 실 전투차량 타격시험을 실시했다. MAD-SD는 소형 멀티콥터에 폭약을 싣고 근거리 목표물에 부딪쳐 자폭하는 드론이다. 보병이 개인 작전 수행 중에 휴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통신거리와 비행시간에 따라 타격 목표를 선택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풍산이 2026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DSK(드론쇼코리아) 2026'에서 선보인 공격용 드론 /사진제공=풍산

또다른 자폭드론인 '분대급 소형 대인자폭드론(MCD-2)'은 보병이 휴대하고 있는 수류탄을 곧바로 장착해 타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엄폐된 상태에서 건물 안과 뒤에 있는 표적을 식별할 수 있다. MCD-2는 2025년에 실 수류탄을 적용한 육군 전투실험을 수행했다. 이밖에도 전장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필요한 임무장비를 선택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드론(MCD-7)'이 있다. MCD-7은 표적에 따라 공격모듈을 선택할 수 있다. 이동중인 적의 전차나 밀집병력을 무력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작전반경이 10km 이상이며 군집드론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 드론이다.

한화시스템, 드론잡는 '안티드론' 신기술 개척

적의 드론 공격을 막아내는 '안티드론' 체계가 없다면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방패 없이 창으로만 싸우는 셈이다. 우주항공과 감시정찰 분야의 대표 방산기업인 한화시스템은 '안티드론 시스템'에서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2023년 12월 저고도 대(對)드론 체계 사업인 '중요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사업과 '드론대응 다계층 복합방호체계' 2건을 연이어 수주했다. 시설형, 이동형, 그물형으로 세분화한 방호체계다. 탐지 레이더, 불법드론 식별 및 추적용 장비. 표적 무력화용 재머 등으로 구성된다. 원자력발전소·공항·데이터센터 등 국가 주요 기반시설에 배치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시스템이 지난 2023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극제 해양방위 산업전)에서 선보인 안티드론 시스템 /사진제공=한화시스템

포획드론 분야에서는 미국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K-9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등 K-방산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의 포르템 테크놀로지스에 지분을 투자한 상태다. 포르템 테크놀로지스는 록히드마틴 등과 함께 미국의 대(對) 드론 방어 시스템을 생산하는 업체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자체 개발 레이더로 불법 드론을 탐지한 후 자율주행 드론을 띄워 '그물'로 포획해 무력화하는 방어 시스템이다. 드론을 직접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드론의 파편이 떨어져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레이더 및 열상감시장비 기술, AI 표적식별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업체와 협력을 통해 안티드론 시스템에서도 또 하나의 명품무기체계가 탄생할 수 있다.

대한항공, AI 기반 차세대 무인기 개발 속도

국내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은 중대형 무인기 제작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여객·화물 운송 이외에도 드론 사업을 통해 방산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찰용 무인항공기(MUAV) 1호기를 출고했다. 이 무인기는 고도 10㎞ 이상의 상공을 날며 지상의 목표물을 정찰할 수 있다. 실전에 배치되면 적 전략 표적의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검증이 완료될 경우 내년 초 공군에 인도돼 본격적인 실전 감시정찰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업에서 LIG D&A, 한화시스템 등 국내 방산 기업들이 개발한 주요 구성품들을 통합했다.

이처럼 대한항공은 국내 업체와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로템과 손잡고 재사용이 가능한 35톤급 추력의 우주 발사체 엔진 개발에 착수했고 최근에는 드론 전문기업인 파블로항공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파블로항공은 군집 정찰드론과 군집 자폭드론, 군집 요격드론 등 군집AI기술에 전문성을 가진 기업이다. 대한항공의 파블로항공 투자는 자사의 중대형 무인기에 파블로항공의 군집AI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으로 이뤄졌다. 공동 연구개발과 신규 사업모델 발굴 등을 공동 진행키로 했는데, 대기업의 인프라와 벤체기업의 혁신기술이 융합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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