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여자축구 클럽팀 맞대결이 국내에서 성사됐다. 북한 측 선수단이 한국을 찾는 것은 8년 만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축구연맹이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준결승에 참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소속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오는 20일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한국의 수원FC위민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일 AFC 측으로부터 예비선수 4명을 포함한 선수명단 27명과 스텝 12명 등 총 39명의 북측 참가 명단을 통보받았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경기를 앞두고 다른 클럽과 마찬가지로 오는 1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공식 입국할 예정이다. 북한 선수로는 2018년 12월 이래 약 8년 만에 한국을 찾게 된다. 북한 여자 축구팀 기준으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마지막 방남 경기였다. 남북간 체육교류는 1990년 남북통일축구대회(서울·평양) 개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80여차례 진행됐다.
이번 대회는 각국 리그의 우승팀이 참가해 '아시아 최강 클럽'을 가리는 여자클럽대항전이다. 평양을 연고로 둔 내고향여자축구단은 AFC 내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수단 상당수가 최근 연령별 월드컵(U-17, U-20) 우승 경험이 있는 국가대표급 자원으로 구성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해 11월 수원FC위민과의 C조 조별예선에서 3-0 완승을 거둔 바 있다. 베트남 구단 호치민 시티와의 준결승전에서도 3-0 승리를 거둬 준결승전에서 수원FC위민과 다시 맞붙게 됐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수원FC위민을 꺾고 오는 23일 수원에서 치러지는 결승전에 올라간다면 체류기간은 오는 24일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23년 코로나19 봉쇄를 풀며 국제 스포츠 대회 참가를 재개했음에도 지난해 7월 '광주 2025 현대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는 불참했다. 2023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기존 통일 노선과의 결별을 공식화하면서다. 이재명 정부가 대북유화 신호를 보낼 때도 '개꿈 같은 소리,' '희망섞인 해몽' 등으로 비난해왔다.
이에 따라 8년 만의 북한 선수단 방남으로 남북 간 긴장 완화를 기대하기에는 시기 상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북측이 남한과 북한이 서로 다른 국가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측 의도는 '압도적 실력'을 통한 체제 우월성 과시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라며 "이를 통해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보다 선명하게 선전하는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은 체제에서 체육은 단순한 오락이 아닌 국가 역량의 척도"라며 "이번에 실력에 기반한 우월성을 보여줌으로써 국제 규범을 따르는 '정상적인 스포츠 강대국'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체육 강국 건설'을 주요 과업으로 내세우며 스포츠 활성화 및 국제대회 성과를 강조해왔다.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신설해 국가적 지원을 확대하고 국제대회에서의 메달 획득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특히, 북한 여자축구의 경우 지난달 기준 세계 랭킹 4위, 아시아 2위에 해당하는 강팀이다. 한국은 21위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제대회이자 민간이 주최하는 행사이기에 정부 차원에서 개입하기보다 안전하게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경기·클럽대항전 차원에서 북측이 참여하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북측 선수단이 오기에 (안전 관련) 지원할 부분 등 정부가 할 일은 하되 국제대회라는 점을 존중하고 (관련 기관과) 소통하고 협력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좋은 선례가 마련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