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시점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사간 막판 협상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18일 소셜미디어(SNS) X(엑스·옛 트위터)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 대통령의 X 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진행되는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사실상 마지막 협상 자리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는 노무 제공에 대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이윤에 몫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 때 제헌헌법에 노동자의 '기업이익 균점권'이 규정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제헌헌법 18조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서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노동자 이익균점권이 명시됐으나 1962년 헌법 개정 때 삭제됐고 현재는 헌법상 명문 권리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양지만큼 음지가 있고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이라며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물극필반(物極必反·모든 사물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대로 돌아온다)"라고도 했다. 특히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삼성전자 노사의 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기본권이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이 긴급조정권 발동을 염두에 두고 메시지를 발신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 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에는 긴급조정을 결정을 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이 이를 결정할 때는 미리 중앙노동위원회의 위원장 의견을 들어야 한다. 긴급조정권이 공표되면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고 공표일부터 30일이 경과하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민석 국무총리는 잇달아 긴급조정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김 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에서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14일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각 부처가 각자의 일을 한다고 평가하면서도 김 장관 메시지가 청와대와 조율 없이 나온 것 아니냐는 시각에 "그렇지 않다"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