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6·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중앙당 없는 선거'에 가까웠다.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은 선거 초반부터 당내 갈등의 소재가 됐고, 일부 후보들은 중앙당의 엄호보다 거리두기로 활로를 찾으려 했다. 결국 선거 막바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유세장으로 불러내 보수 결집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장 대표는 이날 충남 청양 재래시장을 찾아 윤용근 충남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후보와 김홍열 청양군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어 서울로 올라와 광화문과 홍대 일대에서 파이널 유세를 벌였다. 하지만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후보와의 합동유세는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중앙당이 판을 끌고 가기보다 후보들이 각자도생으로 버티는 흐름이 마지막 날까지 이어진 셈이다.
장 대표의 리더십은 지방선거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흔들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제명 이후 친한계의 반발은 공천 과정과 선거운동 국면까지 이어졌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월29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저는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했고 친한계 의원 16명은 "장동혁 지도부는 물러나야 한다"고 집단 반발했다.
친한계와 당권파의 충돌은 서울 공천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지난 2월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리자 배 위원장은 "장동혁 지도부가 서울 공천권을 강탈했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 체제에 대한 불신은 선거 체제가 본격화된 뒤에도 쉽게 봉합되지 않았다.
공식 선거운동을 앞둔 지난 4월에는 배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장 대표를 직격했다. 장 대표가 해당행위 후보자 교체 가능성을 언급하자 배 위원장은 SNS(소셜미디어)에 "장동혁 오지마라"는 표현을 쓰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선거운동 초반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장 대표도 선거 중반 이후 당내 갈등을 의식한 듯 '원팀'을 유독 강조했다. 지난달 13일 '국민무시 심판 공소취소 저지 국민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장 대표는 "서로의 차이는 잠시 내려놓고 국민의힘으로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지방선거를 지역 일꾼 경쟁보다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독주를 견제하는 선거로 규정한 것이다.
선거 막판까지 국민의힘의 구심력은 중앙당보다 개별 후보와 보수층 결집 카드에 더 크게 의존했다. 장 대표는 이날 충남 청양 유세에서 "내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목표 하나로 어려움과 손가락질을 이겨내며 버텨왔다"고 호소했다. 지도부가 선거판을 주도하지 못 하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막판에 기댄 것은 전직 대통령들의 등판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에 마련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유세 현장을 찾아 "말로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일 잘하는 시장을 뽑아야 부산이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같은 날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지원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은 "추 후보는 대구 경제를 살릴 제1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사생결단 총력운동 체제'를 선언하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많이 부족한 점을 잘 알고 반성하지만 바람 앞에 놓인 대한민국만큼은 지켜주셔야 한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집권세력의 "제어버튼"을 눌러달라며 기호 2번 투표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더300(the300)에 "선거 초반 당내 갈등과 공천 잡음으로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전직 대통령의 등판, 당 지도부의 총력전에 따른 막판 보수 결집이 본투표율과 접전지 표심으로 이어질 경우 최소한의 방어선은 지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