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핵 시설을 공개하고 핵물질 생산 능력이 '2배를 능가'한다고 주장하며 핵 무력의 실질적 성과를 과시했다. 되돌릴 수 없는 핵보유국임을 못 박으면서 대외적으로 '북한 비핵화' 의지를 꺾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3일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공장을 현지지도했다"며 "보다 정교한 기술이 도입된 새로운 생산 공정들을 돌아보시면서 조업 지표들과 전망생산 계획에 대하여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핵무기연구소 간부들과 함께 공장 곳곳을 둘러본 뒤 "제8기(2021~2025) 당 중앙위원회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지난 5년간의 핵무력 강화 노정을 통해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은 종전의 2배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공장의 위치나 생산 능력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도된 사진을 보면 우라늄 고농축에 필요한 긴 원통형 원심분리기들이 쭉 늘어서 있는 만큼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기 위한 신축 시설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2024년과 2025년 두 차례 핵물질생산공장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이번 공개 과정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새로 조업'했다는 주장이다. 과거 공개에서는 시설의 점검과 확장을 목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신규 완공·가동에 들어간 공장을 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설은 평안북도 영변에 위치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영변 단지 안에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이 건설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역시 올해 4월 한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변에 "새로운 핵시설이 건설된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의 언급대로 핵물질 생산 능력이 2배로 증가했다면 △2021~2025년 국방력발전 5개년계획 기간에 강선 별관 증설 △영변 농축시설의 저농축→무기급 개조 △영변 신축건물 등 농축 거점·캐스케이드가 누적 가동된 결과 등으로 추정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공개의 목적은 기술 과시보다 양산 단계 진입·소요 기반 증산·불가역성 각인에 있다"며 "영변·강선·구성 등 다중 우라늄 농축 거점의 병렬 가동이 굳어질 경우, 연간 무기급 핵물질 증산 속도와 핵탄두 양산 능력은 기존 추정을 상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김 위원장의 핵물질 생산 공장 방문은 핵 보유국 지위를 재강조하면서 핵 무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는 한미 간 조인트팩트시트(JFS·공동설명자료) 안보분야 후속조치 이행 회의가 개최됨에 따라, 한국이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과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에 속도를 내는 상황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공개한 팩트시트에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명시되자, 이에 대응해 '무기 실험'으로 미국을 직접 자극하지는 않으면서도 되돌리기 어려운 핵물질 증산·양산체계를 확보하고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핵 보유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 핵잠 도입을 논의하고 우라늄 농축권 확대를 요구하는 현 상황을 자신들의 '핵무력 가속화'를 정당화하는 최고의 명분으로 활용한 것"이라며 "북한은 향후 핵전쟁억제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미의 억제력 강화 조치에 맞서 북한 역시 핵폭주 속도를 높이는 '강대강 딜레마'가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