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사태에 與 '개헌' 띄웠지만…野는 "국조·특검 우선" 신중론

정경훈 기자
2026.06.08 16:32

[the300]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는 시민들이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2026.06.08.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

더불어민주당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견제를 위한 개헌론을 제기하자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야당 추천 특별검사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 맞섰다. 선관위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따지기 전에 헌법 개정부터 논의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기류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선관위 개편 논의는 진상규명 절차와 선거관리 제도 개선 입법, 개헌 필요성 검토가 맞물리며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등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전날 한병도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천 운영수석부대표는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안과 관련된 진상규명이 1차적 과제이고 그 논의를 하다 보면 여러 제도 개선 방안의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선관위가 독립적 헌법기관인데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개헌 관련 후속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독립기관인 선관위에 대해 감시와 견제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개헌을 통해서라도 견제받을 수 있도록 검토할 수 있다"며 개헌론을 띄웠다.

개헌이 이뤄지려면 재적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만큼 현재 국회 의석수를 감안하면 국민의힘 등 야권의 찬성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대체로 야권이 개헌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는 데 있다. 선관위 개혁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또 다른 졸속 개헌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이번 재·보궐선거로 의석을 110석으로 늘린 국민의힘은 개헌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지도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선관위의 근본적인 개선, 선거시스템의 변화가 본질적 문제"라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재투표를 요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당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빌미로 개헌을 주장하며 합의되지 않은 정치적 의제를 끼워 넣으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국정조사와 함께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이 이뤄지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월 여권이 '공소 취소 특검법' 추진하는데다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개헌은 부적절하다며 반대한 바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선관위 문제는 다른 기본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어 보인다"며 "헌법까지 개정하자는 의견에는 다른 정치적 저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배준영·강명구 의원은 최근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를 국회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나경원 의원, 조배숙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은 재선거, 특검을 촉구한다 선거법 개정, 무능 부패 선관위 해체를 위한 법적과제'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6.08.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앞서 조은희 의원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의무화하는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 변호사는 "선관위의 실질적 권한은 사무총장이 행사하는데, 책임은 '법관'인 임기제 위원장이 지는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혁신당도 민주당의 개헌론에 대해선 회의석인 모습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선관위 문제에 국한해 개헌하겠다고 한다면, 이유를 수긍할 수는 있다"면서도 "(한 원내대표의 개헌 발언은) 딱 다른 의도로 받아들이기 좋다. 지금은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국정조사와 (야당 주도) 특검 수사를 하고 나면 개헌 필요성이 얼마나 큰지 더 명확히 드러날 것이기에 급하게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관위란 조직 혹은 독립성을 없앨 할 만한 사안인지는 진상 규명을 해야 밝혀질 것"이라며 "헌법 개정 없이 선관위 견제 입법을 시행하면, 위헌 논란이 일 가능성이 커 개헌 논의는 필요하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진단하기 전 처방부터 내리자는 말로 성급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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