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3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의 인식에 공감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겠다"고 했다. 이겨야 할 곳에서 이기지 못한 만큼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한 이 대통령의 지적을 수용해 사실상 반성문을 쓴 것이다. 하지만 친명(친이재명)계 에선 정 대표 책임론을 근거로 오는 8월 차기 당 대표 선거에 불출마해야 한다는 압박도 나왔다. 실패한 지도부의 전당대회 출마는 당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과정에서 확인된 비판과 질책도 겸허히 받들어 부족한 것은 채우고 가다듬을 것을 가다듬는 계기로 삼겠다. 당정청(민주당·정부·청와대) 원팀 원보이스도 더욱 강화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흔들림 없이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의 앞서 선거 다음 날인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준 국민 여러분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와 경기 평택을 재선거 패배 등에 대해선 "아프다"고 했으나 전반적으로 민주당이 큰 승리를 거뒀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정 대표의 선거 승리 발언에 당 안팎에건 여러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승리해야 할 곳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면 이겼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정 대표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정 대표를 겨냥한 이 대통령의 언급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친명계 최고위원들은 정 대표를 향한 날 선 공세를 이어갔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우리의 방심과 나태가 부른 이 참담한 결과를 깊이 성찰한다. 저부터 책임을 통감하고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겨야 할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실패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출마를 안 하는 것이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8월 전대에서 차기 당 대표 선거 출마가 유력시되는 정 대표의 불출마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많은 지역에서 승리했다는 것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겨야 할 곳에서 아쉬운 결과를 냈단 점"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를)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한 이 대통령의 말씀을 지도부 모두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이날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 인터뷰에서 정 대표의 차기 당권 도전 포기 여부와 관련해 "대표 본인 판단에 달린 것"이라면서도 "제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친청(친정청래)계에선 정 대표 옹호도 이어졌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친명계 일각에서 정 대표의 당 대표 선거 핵심 공약이었던 '전 당원 1인 1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 "특정 계파의 유불리가 아닌 민주주의 원리를 당내에서 실현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비난과 비판은 쉬우나 침묵하는 이의 고뇌가 더욱 무겁다는 것을 국민과 당원 여러분이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굳은 표정으로 동료 지도부의 발언을 듣던 정 대표는 회의 종료 직전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며 "민심을 살피는 자세가 여당일 때나 야당일 때나 우리의 기본자세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