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금은 무엇보다 투표용지 사태가 중요하다"며 당내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선거관리위원회 문제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재선거 여론이 확산하자 이에 올라타려는 의도로 보인다. 당내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 대표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수본(검경 합동수사본부)이 뭉개는 새 전국 투표소 증거가 사라지고 있다"며 "국민의 분노에 정치가 답을 내놔야 한다. 이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신속하게 선거를 무효화하고 전국 재선거를 실시하는 게 최선의 해결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진 이후 꾸준히 재선거를 주장해왔다. 투표용지 부족이 전국90개 투표소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 상자가 폐기된 것으로 밝혀지자 장 대표는 재선거 주장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전날엔 대학생 간담회를 개최한 장 대표는 "유권자 단 한 명이라도 참정권을 침해받았다면 그 선거는 공정한 선거라 할 수 없다. 전국 재선거를 실시하는 게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패배를 선관위 이슈로 덮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재준 최고위원은 장 대표 면전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언급했다. 우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선거 결과 평가와 책임 회피를 하지 않아야 한다. 차라리 전당대회를 열어 재선거를 통해 다시 출마해 평가를 받으라"고 했다.
당내 소장파 의원 모임은 대안과 미래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장 대표의 리더십은 붕괴됐고 이는 오롯이 장동혁 지도부의 책임"이라며 "장 대표가 진정 스스로 '보수'라 생각한다면 이제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라"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해결되기 전에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은 다른 데 힘을 낭비하지 않고 여기에 온전히 힘을 다 쏟고 있느냐"며 "당 지도부에 어떤 선택을 요구하거나 그 길을 열려면 110명 의원께서 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답을 먼저 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장 대표는 과거에도 위기가 있으면 장외 집회로 위기를 돌파하려 했다"며 "이번에도 거리에서 부정선거론자나 극성지지자들을 통해 사퇴 요구를 넘어서려고 하고 있는데 이게 오히려 당에 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선관위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장 대표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계파 싸움이 언제 수습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장 대표의 재선거 주장과 관련해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동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과 미래는 "2030세대의 분노에 적극 공감하지만, 부정선거 음모론과 연계해 전국적인 재선거를 요구하는 정치적 주장에는 분명히 반대한다"며 "지도부가 권력을 연장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