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핵추진 잠수함, 한국형 'Best Fit' 핵잠은···

서동욱 더리더 편집장
2026.06.18 14:31

[서동욱의 The 밀리터리]5000~8000톤, 3~6척 논의 활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추진잠수함 기본계획 발표를 듣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26/사진=뉴스1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이하 핵잠) 사업이 닻을 올렸다. 지난 5월 26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 잠수함사령부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공식 보고했다. '장보고 N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계획의 핵심은 2030년대 중반까지 핵잠 1번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 우리 해군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핵잠 개발의 길은 밝아졌지만 풀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한미 원자력 협정과 미국 원자력법 123조 문제가 핵심이다. 미국 원자력법은 핵물질 및 관련 기술의 해외 이전에 엄격한 요건을 부과한다. 2025년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을 표시했다고는 하지만 실무 협상은 시작 단계다.

원자로 연료 공급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연료 공급'을 요청했다. 핵잠용 원자로는 통상 농축도 20% 이하의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데, 우리는 독자적인 농축 시설이 없다. 미국이 연료 공급 협력에 합의하지 않으면 사업은 공회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핵잠 강국은 어떻게 운용하나

현재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인도 6개국이다. 이 가운데 한국이 현실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은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호주 오커스(AUKUS) 사례다. 미국의 버지니아급은 배수량 7900톤, 길이 114m, 수중 속도 25노트 이상, 핵 추진으로 연료 교체 없이 33년간 운용할 수 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어뢰를 주 무장으로 삼으며, 최신 블록 V는 수직발사관을 40개로 늘렸다.

프랑스의 쉬프랑급(바라쿠다급)은 배수량 5300톤, 길이 99m, 수중 속도 25노트, 작전 지속일 최대 70일이다. 저농축 우라늄 원자로를 탑재해 비확산 기준을 충족하며, 펌프제트 추진기를 채택해 정숙성이 탁월하다. 프랑스제 순항미사일과 어뢰를 장착했다.

영국의 아스튜트급은 배수량 7400톤, 수중 속도 29노트 이상, 토마호크 미사일과 중어뢰를 탑재했다. 영국은 오커스 프레임워크 하에서 호주에 핵잠 기술을 제공하는 당사국이기도 하다. 최신예 드레드노트급으로 전환이 진행 중이어서 아스튜트급은 향후 매각·기술 이전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군 3000톤급 잠수함 1번함 도산안창호함이 4일(한국 시간) 군수적재를 위해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입항해 있다. 도산안창호함은 한·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참가를 위해 지난 3월 25일 진해군항을 출항했다. /사진=해군 제공 뉴시스
한국형 핵잠 Best Fit은...

한국형 핵잠의 톤수는 5000~8000톤 사이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각 선택지의 장단점이 있다. 5000톤급은 소형·저비용이지만 항속 거리와 무장 탑재량에 제약이 있다. 8000톤급은 버지니아급에 버금가는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하지만 건조 비용과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대한민국 주변 해역의 수심·지형에 비해 과도하게 크다는 시각도 있다.

군사 전문가과 방산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형 핵잠은 배수량 6500~7000톤급이 이상적이다. 이 규모면 어뢰발사관 4~6문, 순항미사일 수직발사관 12~16셀, SLBM 탑재 옵션까지 갖출 수 있다. 프랑스 쉬프랑급(5300톤)보다 크고 버지니아급(7900톤)보다 작은 규모인데 동해·서해·남해 등 한반도 주변 해역과 서태평양 원해 작전 모두에 적합하다.

척수는 최소 6척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3척 운용은 전력 유지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3척이라면 1척 작전, 1척 대기, 1척 정비 상황이 되는데, 1척이 장기 정비에 들어가거나 사고라도 발생하면 단 1척만 바다에 남게 된다. 전략적 억제력을 유지하려면 언제든 2척 이상이 수중 작전 중이어야 한다.

핵잠 1척은 재래식 잠수함 5척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를 전제로 하면 6척의 핵잠은 재래식 잠수함 30척에 해당하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현재 우리 해군이 운용 중인 잠수함 전력(장보고·손원일·도산안창호급 18~21척 수준)과 균형을 맞추려면 핵잠은 최소 6척이 이상적이다.

대한민국 핵심 국가전략부대인 해군 잠수함사령부 승조원들이 경남 진해시 해군 잠수함사령부에 정박된 국내 독자 설계·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 2번함 ‘신채호함’에서 떠오르는 태양 뒤로 연말 대비태세를 위해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한화오션· HD현대, 강점은 무엇

한국형 핵잠 개발에는 국내 대표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현재 우리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209(1200톤)급과 214(18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한 바 있고 3000톤급 잠수함에서도 각각 수주·건조실적이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자력 기술이, 한화오션는 방산 계열사간의 시너지와 미국 해군과의 MRO(유지·보수)사업이 강점으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11월 차세대 원자로 혁신기업 테라파워(TerraPower)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SMR 사업에 진출했다. 2023년 3월 테라파워 등과 함께 해상 원자력 에너지 협의기구(NEMO)를 설립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해 해상 원자력 배치와 운영을 위한 글로벌 표준 수립을 추진 중이다.

2024년 12월에는 테라파워로부터 소듐냉각고속로(SFR)용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해상 원자력 사업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2월에는 SMR 기술을 적용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미국 선급협회(ABS)와 원자력 연계 전기추진시스템 개념설계를 위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해 차세대 무탄소 선박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은 미군의 규정에 따른 함정 MRO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취득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국내 조선업체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해군으로부터 MRO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현재 미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함'과 급유함인 '유콘함'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작업이 진행돼 성공적으로 인도됐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면서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최근 특수선 제4공장을 착공하는 등 함정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잠수함 건조는 물론 수상함의 실내 조립장으로도 사용될 이 공장에는 스마트 자동화 설비와 고품질 함정 생산을 위한 시설이 갖춰진다.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잠수함 동시 건조 능력은 현재의 2배인 4척으로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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