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0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히자 7월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청와대가 보유세 인상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고 한 것도 이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이 대통령에 이어 김 실장까지 보유세 인상을 거론한 데는 최근 빠른 속도로 상승한 코스피지수에 대한 고민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8일 종가 기준 사상 처음 9000을 돌파했다.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상승률은 114.8%로 2배 이상 뛰었다.
시장 유동성은 지금보다 풍부해질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에는 기업 영업이익 증대가 가시화되고 상반기 일부 반도체기업 등에서 거론된 역대급 성과급 지급도 현실화한다. 풍부해진 유동성은 결국 현 정부가 '비생산적 자산'으로 규정한 부동산시장으로 역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려면 7월 세제개편안(세법개정안)에 보유세 인상 등의 조치가 담겨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실장은 "진짜 고비는 연말과 내년 초"라며 "성과급이 실제 지급되고 임금인상이 현실화하고 수출대금이 국내로 본격 유입되기 시작하면 사람들 행동도 달라진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9일 진행한 '유럽·G7 순방결과' 브리핑에서 "주식 양극화도 사실 심각한 자산 양극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문제이고 걱정"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것도 정부에 고민을 더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6월 셋째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7% 상승했다. 지난해 2월부터 71주 연속 상승세다. 전세가격도 동반 상승 중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의 관심이 크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열린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최근 집값이 다시 오른다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를 물으며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엔 자신의 SNS에 '선진국 주요 도시 보유세,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미국은 주마다 보유세가 다르며 뉴욕의 경우 1%, 일본 도쿄는 1.7%, 중국 상하이는 최고 0.6%라는 내용이었다. 모두 한국의 실효세율(약 0.15%)보다 높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근절 의지에 비해 지난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종료 외에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 세제, 금융, 규제, 공급 등을 조만간 정리해 한꺼번에 하려고 한다"며 "어차피 세제문제는 7월이 돼서 아마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세법개정안 발표 때까지 세율인상에 대한 대국민 설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증세 본색'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1일 김 실장의 글에 대한 논평을 내고 "교묘한 말장난으로 포장했을 뿐 본질은 국민의 지갑을 겨눈 '증세 예고편'일 뿐"이라며 "집은 안 짓고, 매물은 막아놓고, 가격이 오르면 불로소득이라 낙인찍고, 마지막에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꺼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