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韓 경제, 장기 추세선 방향 바꾸기 시작…메가프로젝트는 담대한 정책"

김성은 기자
2026.07.12 16:56

[the300]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6.24. mangusta@newsis.com /사진=김선웅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025년은 한국 경제의 장기 추세선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나라를 설명하던 성장의 문법이 바뀌고 시장이 그 나라의 미래를 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는 순간은 10년, 2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다. 지금 동아시아에서 그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적었다.

김 실장은 "한국의 2022~2024년은 암울했다.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수출을 짓눌렀고 코스피는 미국 증시와의 동조 흐름이 깨지며 장기간 부진했다. 중국 부동산 침체와도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는 동아시아 저성장의 대표 사례처럼 거론되기 시작했다"면서도 "2025년은 이상한 해였다.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공교롭게도 그 변곡점은 새 정부 출범 시점과 거의 겹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같은 시기에 AI(인공지능)가 촉발한 반도체 슈퍼사이클도 본격화됐다. 어느 한 요인만으로 지금의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책의 방향과 산업 사이클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수습되고 정책 방향이 정리되던 그 시점에 메모리 수요, 데이터센터 투자, 첨단 패키징, 전력 인프라 확대가 한꺼번에 맞물리며 수출과 기업이익이 빠르게 살아났다"고 했다.

이어 "경제사에서 정책과 산업 사이클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기는 드물다"며 "대개는 정책이 사이클을 거스르거나 사이클이 정책을 압도한다. 두 힘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순간은 흔치 않은데, 2025년 하반기의 한국이 그런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2025년의 연간 성장률 자체가 아니라, 추세선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는 1%대 저성장이 뉴노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이제는 2% 후반의 성장률이 현실적인 전망으로 거론되고 한동안 비현실적으로 들리던 잠재성장률 3% 회복까지도 완전히 손닿지 않는 목표만은 아니라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성장경로가 다시 정책과 시장의 논의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이번 반전을 반도체 하나로만 설명하면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며 "반도체는 출발점일 뿐, 진짜 변화는 생산능력의 확대와 생산 성과의 자산화가 동시에 추진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축으로 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한국 경제의 생산능력 자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려는 담대한 산업 정책"이라고 했다.

이어 "생산의 성과가 자산으로 연결되고, 자산이 다시 혁신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순환이 필요하다"며 "이 연결이 약하면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도 자본시장에서는 저평가받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도 여기에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지금은 다른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며 "AI 생산혁명과 자본시장 개혁이 함께 작동하고 공급망의 핵심 노드가 새로운 성장의 원천이 되며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축으로 한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생산능력 자체를 다시 끌어올린다면 한국은 일본의 길을 가장 충실히 따라온 나라에서 그 길을 가장 먼저 벗어나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더 이상 과거의 추세선 위에 있지 않다"며 "우리 자신도 다 이해하지 못한 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성장경로에 이미 들어섰는지 모른다. 그것도 동아시아에서 가장 깊은 비관을 통과한 뒤, 가장 극적인 반전의 형태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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