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오는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방문이 한반도 평화공존의 '관건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23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모든 시간이 (남북 관계에 있어서) 관건적 시기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9월 시 주석의 방미와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의 미중 정상회담 그리고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선전 방문 등의 계기가 중요하다"며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나기 위해선 오는 8~9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상상력과 지혜를 동원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본인이 중국·러시아 방문을 고려하냐는 질문에 정 장관은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 가능성도 제기되는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동방경제포럼에 한국 정부 대표단 참석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에는 우리가 여러 사정으로 대표단이 가질 못했는데, 과거엔 박근혜·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 바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한러관계의 개선에 관심이 있으며, 우리도 관심이 있는 만큼 어떤 수준이 될지 몰라도, (정부 차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 정 장관은 "추정은 할 수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방러가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을 준비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답했다.
정 장관은 지난 1년간 추진한 통일부의 7대 개혁 중 하나로 '평화 전략의 개혁'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지난 정부의 선(先)비핵화론, 선핵폐기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사실상 폐기한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 대신 핵 없는 한반도 실현으로 목표를 재정립했다고 말씀드린다. 평화를 선도하는 북핵 우선 중단 전략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선비핵화론 폐기가 정부의 전체 지침이냐는 질문에 정 장관은 "선비핵화를 (북한과의 대화에서) 내세운다는 게 현실성이 있는가"라며 "초강대국인 미국·중국도 선비핵화론을 사실상 폐기한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현실에 기반해서 볼 때 선비핵화를 과거 정부가 외쳐온 건 다분히 국내 정치용이었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협상 없이도 북한과의 평화체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냐는 질문에 정 장관은 재차 "지금 비핵화 협상이 되고 있나. 남북 대화가 끊어진 지 7년째인 상황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먼저(가 돼야 한다)"며 "대화의 시작점에 선비핵화가 있으면 (북한과) 대화가 안 된다. 그 문제의식을 담은 게 선비핵화 폐기"라고 답했다.
또 정 장관은 주한미국대사로 임명된 미셸 스틸 대사를 향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관련 질문에 정 장관은 "(스틸 대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7월 말 부임하는 것으로 안다. 부임하시면 만날 기회가 곧 있을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