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현대화와 구리·리튬 등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확대에 나섰다. 상품 교역 중심의 경제협력을 디지털 무역과 인공지능(AI), 청정기술 등 신산업 분야로 넓힌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 모네다궁에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이날 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부·기관은 총 5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광물자원 파트너십 MOU △치안협력 MOU △극지연구 협력 MOU(개정) △해양안전 및 안보협력 MOU △투자협력 MOU 등이다.
이번 MOU에 따라 양국은 광물자원 파트너십 공동위원회를 장관급으로 격상해 회의를 정례화하는 한편 리튬, 구리 등 주요 광물 전주기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광물 관련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도 지원한다. 또 초국가범죄 공동대응 네트워크 구축, 해양 감시능력 고도화, 한-칠레 양방향 투자 촉진 등도 기대됐다. 또 남극세종과학기지 출입을 위한 관문 국가인 칠레와 협력도 증진된다.
이번 MOU 체결의 가장 큰 성과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시대에 광물 수급 안정성을 높였다는 데 있다. 칠레는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이자 2위 리튬 생산국이다. 구리는 AI 데이터센터, 리튬은 배터리 필수 소재다. 칠레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의 첨단 산업 기반이 만나면 광물 개발 및 가공부터 첨단제조에 이르기까지 경쟁력 있는 가치 사슬을 형성할 것이란 것이 청와대의 기대다.
양 정상은 또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현대화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칠레는 2004년 한국의 첫 FTA를 체결 국가다. 이후 22년이 지난 만큼 변화된 통상환경을 감안해 FTA 현대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양국 교역액은 2003년 약 16억달러(2조3000억원)에서 2024년 64억달러로 네 배 늘었다. 우리나라의 대(對) 칠레 3대 수출품은 석유조제품(4억1900만달러), 승용차(2억4300만달러), 화물차(9800만달러) 순이고 3대 수입품은 구리광·정광(14억6400만달러), 정제구리·합금(11억900만달러), 탄산리튬(3억7800만달러) 순이다.
FTA 현대화 논의가 재개되면 전자제품 등 우리 공산품의 현지 시장접근을 제고시키는 한편 전세계 K-컬쳐 확산 등을 감안한 문화협력 증진 방안도 다뤄질 전망이다. 노동기준, 성평등 등 분야도 새로 포함된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지난 29일 공개된 스페인 통신 '에페(EFE)'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경제는 디지털 무역, 인공지능(AI), 청정기술, 회복력 있는 공급망, 탄소중립 전환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한-칠레 양국이 FTA 자유무역위원회를 재개하고 FTA 협정 현대화 논의를 진전시켜 회복력 있는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 경제 파트너십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한-칠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에서 양국 재계인들을 만나 경제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양국 약 30개 기업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와 투자 확대, AI, 디지털 기술 협력, 친환경에너지와 바이오, K-소비재 등 미래 성장 분야 협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