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8·17 전당대회가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대'(전당대회)가 아닌 '전쟁'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주말 충청·영남권 순회경선 결과 정청래·김민석 후보간 초접전 양상이 나타나면서 네거티브 공방과 고발전이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 '경선 룰'이 또다시 도마에 올라 계파 간 신경전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대표 경선 1·2위를 달리고 있는 정 후보와 김 후보는 전날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TV토론회에서 '신천지 개입 의혹'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김 후보는 "종교단체의 경선 개입을 경고하는 것이 해당 행위이고 당에서 쫓겨날 일인가. 그렇게 당을 무섭게 운영하려고 하느냐"며 "신천지의 경선 개입이 보호받아야 할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정 후보는 "신천지 의혹은 당의 존립 자체를 위험하게 만드는 해당 행위"라며 "대표가 되면 당을 구하는 심정으로 윤리감찰단 조사를 시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정 후보는 자신이 당대표가 되면 김 후보를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 후보 역시 6.3 지방선거에 대한 정 후보의 책임을 물으며 서로 징계 카드를 꺼내든 상황이다.
서로를 각각 '반명(반이재명)'과 '배신자'라고 거칠게 몰아세우는 등 감정 싸움도 불거졌다. 정 후보는 TV토론회 후 "정청래가 더 잘한다. 이거 널리널리 전파해 달라"며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숏츠 영상을 잇달아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했다.
후보 간 신경전은 법적대응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앞서 정 후보 측은 신천지와 유착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 등을 법적 조치했고, 김 후보는 최민희 최고위원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아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자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주장했다.
최 후보는 김 후보가 경남 순회연설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역할을 언급하자 "대통령이 된 것처럼 김 전 지사를 내각이나 당에 보내려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전당대회 현장에서 정 후보의 볼을 손으로 찌르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된 이지은 마포갑 지역위원장은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선을 넘는 댓글에 대해서는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선거관리위원회 신고도 이어졌다. 김 후보 측은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 당선을 위한 '생일별 홀짝 투표' 전략 배포가 당규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정 후보 측은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전당원 100% 투표' 등 편파적 문구의 현수막을 걸었다며 중앙당 선관위에 신고했다. 선관위는 해당 사안을 모두 기각했다.
여기에 '추가 투표' 주장으로 2차 전당대회 룰 논쟁이 발생하며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이 투표 후 합동연설회를 진행하는 선거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미투표 권리당원의 추가 투표를 요구한 것이다.
임미애 후보는 지난 4일 "당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모순된 투표 일정 바로 잡아야 한다"며 순회연설회 이후 투표가 진행될 수 있도록 일정 조정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당 선관위에 제출했다. 김용 후보도 전날 "미투표 당원 전체에게 추가 투표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며 "없던 룰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침해된 투표권을 회복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청계는 즉각 반발했다. 정 후보는 "투표가 끝났는데 사후 투표를 하자는 주장은 난생처음 듣는다. 이것은 '투표 내란, '투표 쿠데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친청계 최민희 최고위원 후보는 "선호투표제도 절차적 불법요소가 있지만 수용됐고, 당규상 무자격 후보들도 구제했으면 됐지 또 억지를 쓰면 당이 뭐가 되느냐"며 김 후보와 송영길 후보를 모두 겨냥했다.
추가 투표 논란에 양측이 민감한 것은 김 후보와 정 후보의 승부가 팽팽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충청권 첫 순회경선에서는 김 후보가 45.05% 득표율로 정 후보(44.61%)를 앞섰지만 다음날 영남권(부산·울산·경남) 순회경선을 합산한 첫 주 누적 득표율에서는 정 후보가 45.5%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김 후보의 득표율은 44.5%로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0.99%p(1121표)에 불과했다. 투표율과 지역별 결과 하나하나가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상황에서 투표 방식을 둘러싼 제안은 후보에 대한 유불리 논쟁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논란이 격화하면서 오는 17일 이후 출범할 새 지도부의 첫 과제는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일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미 경선이 시작돼 일부 지역의 투표가 끝난 상황에서 룰 논란이 제기된 것은 결과에 대한 승복과 전당대회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