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영업이익 배분과 공장 설립 등 경영상의 결정이 노동조합의 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정부의 명확한 입장에도 현장의 혼란이 지속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시행령 마련을 재차 지시했다. 쟁의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을 경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혼선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확실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란봉투법 쟁의 대상에 대해) 명백한 것들은 기준을 명시해 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적극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근거로 호남 반도체 투자 문제를 교섭의 핵심 의제로 삼겠다고 밝힌 삼성전자 노조의 입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시행규칙에 해당하는 지침들을 정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노동부가 쟁의대상 관련 해석을 보강하는 정도의 후속 조치를 마련하자 이 대통령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시행령 작업을 재차 지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에 의한 쟁의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해 (내가) '명확한 규정, 예를 들면 사례 등을 명확하게 해야 되는 게 아니냐'라고 했는데 '(노동부가) 규정을 안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있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해석과 법률이 정한 기준을 제시하는 건 다르다"며 "예를 들면 노동부령으로 '이런 경우는 (쟁의행위 대상이) 아니다'고 하는 거하고, '이렇게 해석하는 게 노동부 의견이다'라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기업의 영업이익 분배와 신설 공장 설립 등이 노사간 교섭·쟁의 대상이라는 일부 노조의 주장에 대해 "기업 고유의 권한인 경영상의 결정 등은 원칙적으로 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노동부의 입장과 기준은 어디까지나 강제력 없는 '행정지침'에 불과해 해석 여부에 따라 노사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행정지침은 훈령, 예규, 고시, 가이드라인 등 법령이 아닌 '행정규칙(Internal Administrative Rules)'이다. 법률과 대통령령·총리령·부령 같은 행정입법(시행령·시행규칙) 등 대외적 구속력을 지닌 '법령'과 달리 행정지침은 내부적 구속력만 갖는 '조직 내부 기준'이다. 원칙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사법부)을 직접 구속하는 법적 효력이 없다.
노동부는 특히 상위법에 명시적 위임 조항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시행령·시행규칙 제정 대신 행정지침을 보완하는 방식을 검토해 왔다. 법령 제정의 절차적 부담과 입법 위임 한계를 고려한 조치였으나 이 대통령이 헌법상 행정부의 집행명령 권한을 들어 노동부의 미온적 대응을 질타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법률의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행정부의 권한으로, 법률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라면 명시적 위임이 없어도 시행을 위해 할 수 있다"며 노동부령 등 법규명령 형태의 명확한 기준 마련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노동부가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법령(노동부령 등) 수준의 구체적 기준 제정에 나설 경우 경영상 판단의 쟁의 대상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와 사법적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될지 주목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적 해석과 기준에 대한 형식의 고민은 계속 해 왔다"며 "현장의 혼란이 최소화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