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와대의 '민심 감수성'

이원광 기자
2026.09.17 05:00

[the300]

"세 부담을 어느 선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그 얘기를 한번 해보시죠."

지난 7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서울 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과 전세 매물 잠김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 수단이 실효성을 거둘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컸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 해법과 철학, 구체적인 정책 목표와 방향에 주목했다. 그런데 초고가 주택 기준을 세밀하게 논의하는 데 토론회의 상당 시간이 소요됐다. 결과적으로 비거주 1주택자나 무주택자 등 부동산 민심과 교감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논란 끝에 낙마한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 인선도 뒷맛이 쓰다. 30대 여성 정치인의 발탁은 세대교체의 상징이자 청년과 여성을 끌어안는 카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벼락출세는 20대부터 40대 초반을 아우르는 오늘날 청년들의 '극혐' 대상이다. 두 차례나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인물에게 장관직까지 맡기는 것 자체가 특혜로 비쳤다.

청년미래적금 등 현금성 지원 정책이 "안 해주는 것보다 낫다" 정도의 평가에 그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 초년생, 맞벌이 부부들이 원하는 것은 시혜가 아닌 일자리와 주거,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자기 힘으로 한 계단씩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이다. 정부가 여기에 호응해주길 기대한다. 부동산 대출 규제는 "내가 벌어서 갚겠다는데"로 요약되는 청년들의 정서와 충돌한다.

이제 국민들 시선은 '공소취소' 논란을 향한다. 이미 수개월 간 청와대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이 얘기를 해왔다. 뚜렷한 근거 없이 지방선거 전 민주당이 추진한 공소취소 특검 법안을 청와대가 지시했다고 믿는 이들이 상당수다. 저성장 국면 돌파 등 굵직한 국정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법과 상식대로 하면 된다"는 원론적 메시지만으로는 민심과 교감할 수 없다. 오는 18일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이 대통령의 승부수를 기대해 본다. 지금이 민심을 되돌릴 마지막 기회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