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MT리포트]엄벌행정의 '일방통행' ⑩무리한 행정처분 막을 제도개선 방안은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심판정. 2024.06.12. ppkjm@newsis.com](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9/2026091515544628140_1.jpg)
기업을 제재하는 정부의 행정 처분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결과가 반복되면서 규제 기관의 무리한 행정 처분을 막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공무원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제재 실명제'나 '패소 책임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 규제 환경 전환과 '행정조사기본법' 개정을 통한 절차적 통제 강화 등 근본적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조달청의 행정소송 패소율은 26.8%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았다. 2020년부터 지난 8월까지 조달청을 상대로 제기된 행정소송 866건 중 594건은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었다.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은 기업의 매출과 직결돼 조달청 행정처분 중 가장 강도가 세다.
문제는 행정 처분이 법원에서 사후적으로 뒤집히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2020년 이후 조달청이 최종 패소한 사건 78건 중 73건은 재량권을 남용했거나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였다. 업체와의 계약 중 일부에만 문제가 있었으나 전체 계약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정위는 2017년부터 2025년 8월까지 부과했던 과징금 중 6247억원을 기업에 환급했다. 환급액의 93.2%는 행정소송 패소, 직권취소(공정위 스스로 내린 처분 감면 조치)의 사유에 따른 것이다.
경제계에선 시장에 대한 제재는 불가피하지만 합리적 범위를 넘어선 규제는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규제가 반복되면 기업이 법적 대응에 큰 비용을 쓰게 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위축된다는 주장이다. 정부 부처 입장에선 신중한 검토 없이 내린 처분이 세금 낭비를 불러오기도 한다. 과징금 환급 시 기업에는 환급 가산금이 같이 제공된다.

대안으론 패소 책임제, 제제 실명제 등의 도입이 거론된다. 행정소송 패소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부서나 인원이 인사고과 감점이나 감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공무원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부당한 처분을 내린 경우 인사 고과에 페널티를 줄 수 있는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며 "제재 실명제도 도입을 검토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제재실명제는 주요 제재 안건에 대해 조사, 심결 담당자의 이름을 명확히 남기자는 취지의 제도다.
기업에서 일했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좋은 규제'는 있어야 하지만, 규제가 너무 많은 게 우리나라 기업환경을 저해하는 근본적 문제"라며 "규제 환경을 '안 된다는 것 빼고는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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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행정처분의 경우 해당 기관이 조사 대상에 대해 경찰·검사·판사 역할을 다 수행하는 셈이어서 무리한 제재가 부과되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검찰의 기능이 약화되는 만큼 행정 제재 기관에 대한 통제도 합리적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행정조사기본법에는 조사 절차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조사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져도 제한을 가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국회가 행정조사기본법상 조사 절차를 섬세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