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 끝에 자진 사퇴하면서 그를 끝까지 엄호했던 더불어민주당도 곤란한 처지가 됐다. 당 지도부가 '볼수록 잘된 인사'라며 공개 지지하고 야권의 의혹 제기를 정치공세로 규정해 방어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김 전 후보자 스스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지지율 반등을 위해 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 상황에서 민심과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장기화하면서 당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후보자는 19일 법무부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민주당이 야권의 거센 공세와 반발에도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강행했지만 이틀 만에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저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겠다"며 직을 내려놨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김 전 후보자 지명 이후 불거진 각종 논란에 일찌감치 '사수' 기조를 분명히 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 야권의 공세를 네거티브로 규정하고 이례적으로 지도부 인사가 포함된 전담 대응팀을 꾸려 김 후보자 지원에 나섰다. 한 의원의 계속된 의혹 제기에도 적극적인 해명보단 자료 입수 경위를 문제 삼았고 녹취록이 조작됐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특히 지난 11일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판단된다"며 김 후보자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안정적으로 진행하면 된다"며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검찰 잔당 세력의 사실상의 내란 연속 행위가 한동훈의 '관종 정치'에 의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응답이 43%로 '적합하다'는 응답(22%)의 약 두 배에 달했음에도 민주당은 사수 방침을 유지했다.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도 여당 법사위원들은 '김승원 감싸기'에 주력했다. 법사위원장인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답변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야당이 신청한 증인은 한 명도 채택되지 않았다. 청문회 이틀 뒤 법사위는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김 전 후보자에 대한 적격 의견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상황이 뒤집히면서 당의 판단과 민심의 괴리도 선명해졌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지지율을 반등시킬 책임은 우선적으로 당에 있고, 지금이야 말로 당이 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지만 결론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를 끝까지 엄호하며 민심과의 간극만 재확인한 셈이다.
여기에 김 전 후보자의 도덕성과 관련한 추가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당 지도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KBS는 김 전 후보자의 과거 성추행 의혹과 추가 음주운전, 보좌진에 대한 상습 폭언 의혹 등이 담긴 탄원서가 김 전 후보자 사퇴 전 청와대 측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한 의원은 김 대표를 향해 "해당 제보를 민주당은 언제 받았나. 제보를 받고도 '김승원은 보면 볼수록 잘한 인사니 반드시 지키겠다'는 입장은 그대로였던 건가"라며 답변을 요구했다.
한편 김 전 후보자 측은 해당 보도에 대해 "탄원서 내용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연락받은 사실이 없으며 탄원서 소문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