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 전 KBS 사장이 감사의 요청 없이 감사실 간부들을 교체하고 법원 결정으로 이들이 복귀한 뒤에도 후임자들을 그대로 둬 업무 혼선을 초래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드라마 제작비 관리 부실 등 경영 전반의 문제점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KBS 사장의 감사 독립성 침해 관련 공익감사청구' 및 '한국방송공사 기관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박 전 사장은 2024년 2월8일 감사의 요청 없이 감사실장과 감사부장 2명 등 부서장 3명을 다른 부서의 실무직급으로 전보했다. KBS 감사직무규정은 감사부서 직원의 보직·전보의 경우 감사의 요청에 따라 이뤄지도록 정하고 있다.
전보 대상자들은 즉각 법원에 전보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같은 해 6월10일 감사의 요청 없는 전보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신청을 받아들였다. KBS는 같은달 19일 이들을 감사실로 복귀시키면서도 새로 임명한 부서장들을 그대로 뒀다. 그 결과 각 자리에 부서장이 2명씩 근무하는 체제가 후임 사장의 전보인사로 정리되기 전인 지난해 3월9일까지 약 8개월간 이어졌다.
이 기간 월 100건 안팎의 일상감사 사안을 부서장 2명이 중복 검토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서장 1명이 맡던 직원 평가도 소속 직원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수행하는 등 비효율과 혼선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KBS 사장에게 감사의 요청에 따라 감사부서 인사를 실시하고 정수를 초과한 부서장 운용으로 업무 중복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KBS가 감사의 인사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사실도 확인됐다. 법원 결정으로 지난해 6월 복귀한 기존 감사는 같은 해 6~9월 사장에게 9차례에 걸쳐 후임 감사의 요청으로 임명됐던 감사실 부서장 5명의 교체를 요청했다.
그러나 후임 박모 사장은 후임 감사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는 이유 등으로 이를 거부했다. 지난해 9월11일 대법원의 집행정지 최종 인용 이후에도 거부가 이어졌다. 감사원은 자체감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규정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정기감사에서는 총 17건의 위법·부당 및 개선 필요사항이 확인됐다. KBS는 2022~2024년 3년 연속 적자를 냈으며 당기순손실은 118억원에서 735억원으로 확대됐다.
또 감사원이 2021~2025년 KBS 2TV가 방영한 외주제작 드라마 54편을 점검한 결과 이들 모두 항목별 제작비 산출근거와 금액 없이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2년 내 제작된 10편의 실제 제작비 집행자료를 점검한 결과에서도 이들 중 6편이 계약상 제작비보다 총 67억원이 적게 투입됐다.
한 외주제작사는 주연배우의 실제 출연료 5억5000만원을 10억원으로 부풀려 KBS에 4억5000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KBS에 해당 업체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등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 대비도 미흡했다. 지난해 말 기준 9개 KBS 지역총국과 2개 지역국은 재난자막 송출시스템 이중화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시스템 장애 발생 시 자막 미송출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