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로 고달픈 군생활을 달랬던 장병들이 담뱃값 인상에 울상을 짓고있다.
정부의 종합금연대책에 따라 지난 1일 0시부터 대부분의 담배 가격이 2000원씩 올랐다. 이에 따라 군 매점(PX)에서도 '디스 아프리카', '레종 블루', '에쎄 체인지' 등의 국산담배가 4500원에 팔리게 됐다.
담배에서 그나마 위안을 얻었던 장병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20만원도 안 되는 봉급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담뱃값까지 해결해야 하기 때문.
특히 사회와 달리 PX에서는 던힐, 메비우스 등 기존가를 유지하고 있는 일부 외국계 담배들을 구매할 수 없어 장병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장병 한달 평균 담뱃값 10만6650원…이병, 2만2750원으로 한달 버텨야
지난달 29일 국방부가 발표한 '2015년부터 달라지는 국방업무'에 따르면 병사들의 봉급은 올해부터 전년대비 15% 인상된다. 이에 따른 장병들의 봉급은 △이병 12만9400원 △일병 14만원 △상병 15만4800원 △병장 17만1400원 등이다.
또한 지난 2012년 국방부가 실시한 '2012 군인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당해 기준 장병들의 하루 평균 담배 흡연량은 0.79갑이었다. 한달에 23.7갑을 피우는 셈. 4500원짜리 '디스 아프리카'를 평균 흡연량만큼 피운다면 한달 담뱃값만 10만6650원이다.
이 경우 봉급 12만9400원으로 한달을 살아야 하는 이병의 주머니에는 2만2750원만 남게 된다. 나머지 계급들도 △일병 3만3350원 △상병 4만8150원 △병장 6만4750원 등 턱없이 적은 액수로 한달을 버텨야 한다.
하루에 담배 반갑을 피운다는 이모 일병은 "담배는 군 생활에서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단이었는데 값이 올라 고민이 많다"며 "남은 것만 피우고 끊어 보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PX에서 과자도 내려놓게 돼…할 수 없이 부모님께 거짓말이라도"
이같은 담뱃값 인상에 대해 다수의 장병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장병들 사이에서 빈부격차가 가시화됐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A병장은 "돈이 부족한 장병들은 대부분 담배를 줄이거나 끊는 쪽인 반면 집에 돈이 많은 장병들은 별 상관없이 담배를 피워 차이가 느껴진다"라고 밝혔다.
별수 없이 부모님께 손을 벌리게 된다는 장병도 있었다. B이병은 "담배 한 보루만 사도 월급이 거덜난다"며 "부모님께 담뱃값 달라고 하기도 죄송해 '누구의 생일이니 돈이 필요하다'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먹는 즐거움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하루 1갑을 피운다는 염모 병장은 "아무래도 씀씀이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PX에서 과자 한 봉지를 집어도 담뱃값 때문에 다시 내려놓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 장병들은 담배를 빌려 피우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훈련이 고단해 금연이 힘들다는 C병장은 "담뱃값이 올라 (담배를) 빌리기도 미안하다"며 "괜히 후임에게 담배를 빌렸다가 부조리로 비춰질 수 있어 조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연을 시도하겠다는 장병도 있었다. 하루 반갑을 피웠다는 김모 상병은 "담뱃값도 부담스러워졌고 빌려 피웠다 부조리로 몰리느니 차라리 끊겠다"며 "이번 기회에 운동도 열심히 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에 복귀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