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파밍 사기 범죄 은행 책임도 있다"…억대 배상판결

김정주 기자
2015.01.15 11:27

이른바 파밍(Pharming) 사기로 피해를 본 고객들에게 해당 은행이 억대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법원은 고객의 실수로 벌어진 사기라도 고객의 과실 정도를 따져 은행 측에 배상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전현정)는 15일 이모씨 등 37명이 신한은행 등 금융기관 10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이 접근매체에 해당하는 보안카드 번호 전부를 입력한 행위는 당시 해당 은행들이 피싱이나 파밍 범죄 수법에 대한 안내, 주의, 인터넷 뱅킹 서비스 이용경력 등에 비춰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은행들이 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규정에서도 이용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해서 이용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정한 것은 아니고 이용자의 과실 정도에 따라 은행들이 책임을 면하는 범위가 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의 과실을 개별적으로 검토해 법률과 약관의 규정에 따라 은행 책임을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했다. 은행 측의 책임을 인정한 경우에는 그 책임을 10~20%로 산정해 피해 고객들에게 1억9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한,국민,하나, 중소기업은행과 농협 고객인 이씨 등은 인터넷뱅킹을 하기 위해 해당 은행 사이트를 클릭했다가 보안강화를 위해 인증을 거치라는 메시지를 보고 비밀번호와 계좌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을 입력했다.

얼마 후 이들은 통장에서 큰 돈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이 접속한 사이트는 사기조직이 만든 가짜 사이트로 파밍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이에 이씨 등은 "접근매체의 위조나 변조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금융기관이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3억7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2013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