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4월 초 개원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에 양성애 성향을 가진 의사를 파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UAE 등 이슬람 국가에서는 양성애를 종교적 관점에서 금지하고 법적 처벌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법조 및 의학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병원이 SKSH 파견을 위해 선발한 의사 중 A씨(남성)가 '여성이 되고자 하는 성적 지향성'을 혼인 전에 알리지 않아 지난해 혼인취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혼인취소와 함께 A씨에게 위자료 2000만 원을 전 부인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A씨는 판결을 이행하지 않았고, 전 부인이 서울대병원 측에 급여 차압을 신청한 후에야 위자료를 지급하고 SKSH로 파견을 나갔다.
양성애는 개인의 취향이지만 이슬람 국가인 UAE가 이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파장이 불가피하다. UAE는 양성애를 포함한 동성애를 이슬람에 반하는 성행위, 이단적 행위 등으로 보고 종교적 관점에서 법적 처벌(14년 이하 징역형)하고 있다.
외교부는 해외안전여행 사이트를 통해 "UAE에서는 동성애 및 동성애적인 복장을 금하고 있으며, 공공장소에서 남녀 간 애정표현도 삼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동성애협회(ILGA)는 UAE 등 이슬람 국가를 중심으로 83개국이 동성애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장은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외국인도 (동성애 처벌에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며 "법률 판단 기준이 달라 '유추'에 의해서도 처벌되는 만큼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남성 두 명이 호텔에 투숙할 경우 성행위로 유추돼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인사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전 부인이 A씨 급여차압을 신청했을 때 문제를 파악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SKSH 파견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SKSH는 UAE 북쪽 해변인 '라스알카이마(Ras Al Khaimah)'에 위치한 248병상의 비영리 공공병원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UAE 정부로부터 SKSH 위탁 운영자로 선정돼 5년간 1조원이 넘는 운영예산을 지원받는다. 세계 유명 병원과 경쟁해 국내 최초로 해외 대형병원 운영자로 선정된 이번 사례는 한국 의료기술 수출시대를 연 쾌거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이 UAE왕립병원과 체결한 계약에는 '이슬람문화를 존중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슬람문화에서 금기시하는 동성애자 파견 사실이 알려질 경우 UAE 측이 계약 파기 근거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양성애 등 개인 취향의 경우 수집 자체를 못하도록 돼 있다"며 "파견 의료진 면접에서 A씨의 양성애 성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