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의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 각 계열사의 각종 비리가 정 전회장 재임 당시에 일어났기 때문에 정 전회장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전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만큼 이번 수사가 정권 간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정 전회장은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포스코 회장으로 근무했다. 검찰이 살피고 있는 포스코건설의 비자금조성, 포스코P&S의 탈세, 포스코플랜텍의 성진지오택 고가 인수 의혹 등이 모두 이 사이에 벌어졌다.
포스코건설은 2009년~2012년 베트남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회장의 재임 시기와 정확하게 겹친다. 검찰은 베트남 사업 뿐만 아니라 정 전회장 재임 시기 이뤄진 포스코건설의 해외사업 및 국내사업 전체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이 포스코에 37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뒤 역외 탈세 혐의로 포스코P&S를 고발한 사건도 수사 대상이다. 대기업의 조직적인 탈세는 오너의 횡령·배임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검찰이 포스코 계열사의 탈세 과정을 살피다보면 정 전회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이미 정 전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선 포스코건설 및 계열사들의 탈세로 조성된 비자금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측은 조성된 비자금이 베트남 현지에서 사용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비자금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됐는지, 돈의 일부가 국내로 흘러들어왔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정준양 뒤에는 누구? 前정권 향하는 檢 칼날
비자금이 국내에서 유통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이 비자금의 용처 또한 수사 대상으로 오를 전망이다. 정 전회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힌다. 정 전회장이 회장으로 오를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실제로 정 전회장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차관의 '면접'을 봤다는 의혹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었다.
검찰이 수사 중인 포스코의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상 문제점 역시 전 정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포스코는 2010년 계열사 포스코플랜텍을 통해 1593억원에 성진지오텍을 인수합병했다. 당시 성진지오텍은 부채비율이 1600%를 상회한 데다 2000억원 가까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포스코는 이 회사의 지분 40.38%를 시세보다 2배나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 이에 대해 "정권 실세의 청탁을 받아 정 전회장이 부실 기업인 성진지오텍을 무리하게 인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볼 때 검찰의 포스코에 대한 수사는 MB정부 고위 인사들에 대한 수사로 번질 전망이다. 이완구 총리가 MB정권의 자원외교, 비자금 의혹 등 과거정권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하자마자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것도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대로 포스코건설 관련자들을 줄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수사가 전·현 정권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