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과 판결] 김용덕 대법관

황재하 기자
2016.01.19 08:06

[the L]전교조 시국선언 첫 유죄 확정할 당시 전원합의체 주심

[편집자주] [the L]'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 법언이 있다. 공직에 몸담은 법관들은 사회 현안에 대해 함부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판결을 통해 웅변할 뿐이다. 판결을 살펴 보면 우리 사법부에서 일하고 있는 법관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법관들의 출신 지역이나 학력 등 판결에 대한 선입관을 형성할 수 있는 요소들은 기사에서 배제했다.
김용덕 대법관. /사진=뉴스1

김용덕 대법관(59·연수원 11기)은 정확한 법리와 원칙을 적용한 판례들을 남겼다.

전교조 교사들의 2009년 시국선언을 유죄로 확정할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심을 맡았다. 이 밖에도 전원합의체 주심으로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데 책임이 있더라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파탄주의'를 도입하려 했지만 소수의견에 그친 바 있다.

2012년 1월2일 박보영 대법관(55·연수원 16기)과 함께 대법관 임기를 시작했다. 이들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 임명을 제청한 대법관들이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임명했다.

다음은 김 대법관의 주요 판결들.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에 유죄 판결

김 대법관은 또 2012년 4월 전원합의체 주심으로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넘어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판결을 확정한 첫 사례다.

이찬현 전 전교조 대전지부장 등 3명은 2009년 6월과 7월 시국선언을 주도하고 비슷한시기 정부 정책에 반하는 불법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시국선언문은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공권력의 남용'이라는 표현과 함께 촛불집회와 PD수첩 사건 수사가 무리했고 용산 철거사태가 경찰의 무모한 진압이라는 등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대법관을 비롯한 다수의 대법관은 "공무원인 교원의 경우에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지만, 공무원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선언한 헌법정신에 비춰 그 자유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유죄를 확정지었다. 아울러 "이는 헌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인 교원이 감수해야 하는 한계"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면 교원으로서 본분을 벗어나 공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어떤 행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직접적 위험을 일으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것인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며 "구체적으로 동기나 목적, 정치·사회적 배경, 정치세력과 연계됐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박일환 당시 대법관과 이인복·이상훈·박보영 대법관은 "국가공무원법이 정하는 '공익에 반하는 행위'는 의미가 포괄적·추상적·상대적인 만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만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춰볼 때 단지 정부의 정책이나 국정운영을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이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고 해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신영철 당시 대법관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고려해 2차례 시국선언 중 1차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혼의 조건 '관계 파탄'으로 규정하려 했지만 소수의견 그쳐

김 대법관은 잘못이 있는 배우자라도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면 이혼을 청구할 수 있게끔 하는 '파탄주의'를 인정하는 판례를 남기려 했지만 소수의견을 내는 데 그쳤다.

대법원은 가사소송 판례로서 '유책주의' 원칙을 반세기 넘게 고수하고 있다. 유책주의는 외도 등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도록 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해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해외 몇몇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파탄주의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대법원은 1965년 불륜을 저지른 남편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이래 이 원칙을 고수해왔다. 상대방이 보복적인 감정 때문에 이혼에 응해주지 않는 경우 등에만 예외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의 이혼을 인정해준 것이다.

김 대법관은 아내와 15년 동안 별거하며 혼외자녀를 둔 남편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전원합의체 주심을 맡아 파탄주의 채택을 주장했다. 실질적으로 이혼 상태에 있는 부부에게는 법률관계를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에게는 재산분할 등을 통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3명의 대법관 중 김 대법관을 비롯한 6명은 과거와 비교해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진 점을 지적했다.

대법관들은 "과거 유책주의를 유지한 데는 이혼을 병리적 현상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배경에 있었다"며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열악해 귀책사유 없이 이혼하고도 자립하거나 사회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던 점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가 파탄나는 데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이혼을 허락하지 않자 부부가 서로 승소하려고 상대방의 잘못을 부각시킬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에 따라 부부는 소송 과정에서 비난과 악감정을 쏟아내게 돼 관계는 더욱 적대적으로 되는 폐단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은 소수의견에 그쳤다. 말석부터 의견을 밝히는 전원합의체에서 대법관 12명은 6대6으로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었다. 여기서 양 대법원장이 유책주의에 '캐스팅 보트'를 던지며 기존 판례는 그대로 유지됐다.

◇형사사건 원칙 재확인하는 판결 잇달아 선고

김 대법관은 지난해 잇달아 형사사건에서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취지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끌었다.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6월 자신이 기소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1·2심에서 폭행 등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에 대한 판결을 파기하고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이 공소장과 소환장을 전달받지 못했고, 자신이 기소된 사실조차 몰랐는데도 유죄를 선고한 경우 이는 재심 대상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이 사건에서 전원합의체는 불출석 상태에서 1심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대해 재심을 인정한다고 규정할 뿐 2심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지 않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대한 해석을 내놨다. 전원합의체는 "비록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만 재심을 허락하도록 규정하지만, 이는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될 때 보통 1심에서 유죄가 확정된다는 것을 고려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7월에도 김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전원합의체는 형사소송 절차와 관련한 판례를 남겼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내는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내는 재항고장이나 즉시 항고장이 반드시 법정기한에 법정에 도착해야 인정되며 재소자도 예외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소자 A씨는 자신이 연루된 사건 관계자를 검찰이 기소하지 않자 재정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이에 불복한 A씨는 곧바로 교도소장에게 재항고장을 냈지만 보름 만에 법원에 도달했고, 법원은 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재항고를 기각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재항고를 3일 이내에 제기하도록 규정하며 예외적으로 법원과의 거리에 따라 200㎞에 1일씩 연장해주고 있다.

A씨는 교도소나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의 경우 항소장·상고장이 법원에 기한 내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법정기한 내에 교도소장에게 제출하기만 하면 효력을 인정해주는 형사소송법 344조를 근거로 자신이 낸 재항고장의 효력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형사소송법에서 상소장 외의 서류에 대해 이같은 특칙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지 않는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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