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22만여건이 담긴 '성매매 의심 장부'가 공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초점이 해당 성매매 조직에 맞춰지고 있다. 경찰은 우선 조직 총책에 대해 성매매 알선뿐만 아니라 마약 투약, 수십억원대 불법 도박 정황을 포착하고 체포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성매매 알선에 더해 마약 투약, 불법 도박 등의 혐의로 성매매 조직 총책 김모씨(37)에 대해 내사중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수년 전부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대에서 성매매를 알선해 연간 약 100억원, 총 수백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하거나 최소 수십억원대 규모로 불법 도박을 벌인 혐의다.
◇"총책, 성매매 여성·주요고객과 '마약 파티'…수십억 도박도"=김씨는 과거 소규모 성매매 조직에서 조직원으로 일을 시작한 후 '능력'을 인정받아 대규모 조직의 총책이 됐으며, 이 과정에서 3차례 성매매 알선 전과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김씨는 비밀장소에서 성매매 여성, '주요고객'과 어울려 마약을 투약한 의심을 받고 있다. 파티에 주로 쓰인 마약은 신종 합성 마약인 '허브 마약'으로써 비교적 가격이 싸지만 강력한 환각 효과를 낸다. 만일 김씨가 본격적으로 수사를 받는다면 함께 마약을 투약한 인사들도 줄줄이 수사선상에 올라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성매매 알선을 통해 수백억원대를 벌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현재 수억원의 채무가 있다"며 "최소 수십억원대의 도박을 하다 거액을 날린 뒤 빚까지 진 것으로 보고 불법 도박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檢, 왜 체포영장 기각했나=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김씨는 곧바로 몸을 숨겼고, 현재 거취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지난주 김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고,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다만 영장의 경우 검찰 단계에서 기각된 탓에 경찰은 보완한 뒤 조만간 재신청할 예정이다.
영장 기각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동종 전과와 사건 성격을 감안하면 김씨에 대한 빠른 신병확보가 자연스러운 수순인 탓에 기각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존재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지미 변호사는 "중요 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는 사람이 잠적했는데, 검찰의 영장 기각은 수사의지가 약하다는 의미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바른의 김미연 변호사는 "김씨를 체포하면,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기 때문에 미리 증거수집 등 조사를 충실히 하자는 의미에서 검찰이 영장을 기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여론의 관심이 큰 사건이라는 점 역시 충실한 조사가 우선이라는 검찰 판단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경찰 "성매매女·매수자 수사는 아직"=장부 제작 조직의 '실체'가 확인된 만큼 수사의 '칼 끝'이 어디까지 닿을지도 관심사다. 정보 에이전시 '라이언 앤 폭스'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한 성매매 의심 장부에는 총 22만명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으며, 일부에선 공직자 및 고위층을 암시하는 단서가 발견돼 광범위한 성매수자 또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수사 초기 검·경 내부에선 장부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경찰의 성매매 총책 수사가 선행되면 장부 내 정보에 대한 검증도 수월해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검찰 역시 장부를 입수,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당분간 김씨와 2명의 장부 작성자 등 성매매 조직원 수사에 집중하고, 성매매 여성 또는 성매수자에 대한 수사는 미뤄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성매매 여성 또는 매수자들 수사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