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 세상] 외화벌이 수단이 된 20대 여성들, 북한식당 가보니…

이은정 기자
2016.02.18 15:17
[편집자주]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정보와 감동을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좁게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가족, 이웃의 이야기까지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캄보디아 씨엠립에 있는 북한 식당 '평양랭면관'에서 일하는 여성들. 공연 모습은 촬영을 금지하고 있으며, 공연 후엔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이은정 기자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첫 번째 조치로 정부가 지난 10일 개성공단을 폐쇄했습니다. 누리꾼들은 득과 실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데요. 최근 정부는 '김정은의 자금줄'을 막기 위한 또다른 조치로 북한 식당 이용 제재에 나섰습니다.

북한은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에 식당을 프랜차이즈처럼 확대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해외에서 영업하는 북한 식당은 130여곳, 종업원은 2000여명으로 추산됩니다.

온라인에서는 북한 식당을 다녀온 누리꾼들의 후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20대 북한여성들 이야기입니다. 특히 어린 여성들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데 안타까움을 표현한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캄보디아로 단체여행갔을 때 씨엠립에 있는 북한 식당 '평양랭면관'에서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2003년부터 운영된 이곳은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식당 입구엔 앳되어 보이는 여성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고운 미소로 문을 열어주고 있었습니다. 식당 안은 이미 단체 여행객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자 좀 전 문을 열어주고 서빙을 하던 젊은 여성들이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처음에는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었는데요.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한국 걸그룹처럼 짧은 반짝이 원피스로 갈아입고 드럼을 치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탭댄스뿐만 아니라 머리에 항아리를 놓고 손을 뗀 채 빙글빙글 도는 수준급 춤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공연을 한 여성들은 6명이었는데 대부분 21~23살이며 바이올린을 연주한 27살 여성이 그마나 가장 연장자였습니다. 한 교민은 바이올린 연주자에 대해 "세계무대에 나가도 될 재능을 갖고도 여기서 외화벌이로 이용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 식당 종업원들은 한 달에 평균 1000달러(121만원)를 받지만 80~90%를 '충성자금'으로 북한에 보냅니다. 이곳에서 생활은 노동과 감시의 연속입니다. 여성들은 매일 아침 9시부터 몇 시간씩 공연 연습을 하고 저녁 무대에 섭니다.

수백 명의 손님들이 가고 난 후 청소도 이들 몫입니다. 외출은 1주일에 한번만 허락됩니다. 주로 마켓에 가는데 혼자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동료지만 그들은 어디서든 서로를 감시합니다.

식당 여성들은 3년 주기로 바뀐다고 합니다. 해외에 오래 있으면서, 특히 남한 사람을 만나면서 사회주의 사상에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2014년 이 식당에선 한국 가이드의 도움으로 탈출한 북한 여성도 있습니다.

인형처럼 미소를 띤 채 굳어 있는 얼굴들, 사정을 듣고 공연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가이드는 이곳에서 일한 북한 여성과의 일화를 들려줬습니다. 가이드가 오랜 시간 지켜보며 동생처럼 챙겨줬는데, 어느 날 곧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여성이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만 보이자 가이드는 그동안 혼자 너무 많은 정을 줬단 생각에 섭섭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어진 여성의 말에 가이드는 아직도 가슴이 아플 정도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언니, 저도 엄마 보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