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괘씸한 사위'…장인 재산상속 요구 들어줘야 할까

조혜정 변호사
2016.06.15 08:21

[the L][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Q. 사위의 터무니없는 요구 때문에 질문을 드려요. 딸은 7년 전에 결혼을 했는데 3년 전 서른 셋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딸과 사위 사이에 아이는 없구요.

딸은 결혼한 뒤 사위의 바람기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결혼 초부터 사위는 외박을 자주 하고 밖으로만 돌았거든요. 딸이 암에 걸리기 몇 달 전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이혼해 달라며 집을 나가버렸는데, 딸이 이혼 안 한다고 해서 이혼은 못 했습니다. 그 와중에 딸이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는데 사위는 병원에 거의 와보지 않았고 딸의 병간호는 전부 저와 남편이 했습니다. 딸이 암에 걸린 건 사위로 인한 맘고생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도대체 사위가 눈 앞에 나타나질 않으니 원망 한 번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러다 딸이 세상을 떠났는데 그저 지가 박복한 탓이려니 하면서 가슴에 묻고 다 잊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이 죽자 사위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남편이 남긴 10억짜리 아파트에 대해 자기도 상속권이 있다면서 자기 몫을 계산해 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못 준다고 했더니 그러면 법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죽은 남편이 남긴 재산을 이 괘씸한 사위한테 정말로 나눠줘야 하나요? 어떻게 이런 말이 안되는 경우가 있을 수가 있나요?

A. 뭐라 위로를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따님을 앞세우고 부군까지 가신 마당에 철면피 사위가 나타나 장인 재산을 달라고 하니 얼마나 기막히는 심정이실지... 정말 안타깝긴 하지만 사위한테 선생님의 부군이 남긴 아파트에 대한 상속권이 있는 건 맞습니다. 만약 사위가 재혼을 하지 않았다면요.

사위가 장인의 아파트에 대한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법이 '대습(代襲)상속'이란 걸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예요. 대습상속은 상속을 받아야 할 사람이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 먼저 사망하거나 상속결격이 된 경우 그 상속인의 배우자나 자녀가 대신 사망하거나 결격이 된 사람이 받아야 할 상속분을 대신 받는 제도입니다. 선생님의 경우를 보면 원래 딸이 아버지 재산을 상속받아야 하는데 딸이 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했기 때문에 딸의 몫을 딸의 배우자인 사위가 대신 받을 수 있게 된 거고요.

만약, 장인이 돌아가시기 전에 사위가 재혼했다면 딸과 사위의 결혼으로 생긴 인척관계가 종료되기 때문에 사위한테 대습상속권이 인정이 안되는데 사위가 당당하게 아파트에서 자기 몫을 달라고 한 걸 보면 아마도 재혼을 안 한 것 같긴 하네요.

바람피운 괘씸한 사위가 장인재산을 상속받다니 변호사인 저도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입니다. 원래 대습상속은 전통사회에서 아들이 부모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 남겨진 며느리와 손자들에게 생계대책을 마련해주기 위해 인정돼 오다 1958년 민법 제정 때 도입된 규정이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며느리와 손자의 대습상속권만 법에 규정됐었는데 양성평등을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1990년 사위한테도 인정되는 걸로 법이 바뀌었습니다.

사망한 자녀한테 손자가 없었던 경우 남겨진 배우자, 특히 사위한테 충분한 생활능력이 있는 경우, 선생님의 딸처럼 무늬만 부부였던 경우처럼 상속권이 인정될 필요가 없어보이는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상속권이 인정되는 건 불합리한 거 아닌가 싶은데 법규정이 그러니 현재까지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사위한테 상속권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어떻게 해도 부정할 수 없으니 그건 인정을 하시고 사위의 양심에 호소해 금액이라도 줄이도록 노력을 해보시지요. 가족 간 소송에서는 어찌됐건 인정에 호소하는 게 대체로 효과가 있더라고요. 속히 마무리지으시고 덧없는 세상사는 다 잊어버리시길 바랍니다.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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