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사는 홍모씨(28·여)는 요즘 들어 동네 골목을 지날 때면 종종 불쾌하다. 집으로 가는 길목 편의점 주변에 볼썽사나운 꼴이 잦아서다.
편의점 야외 테이블이 문제다. 이용자들의 음주·흡연은 기본이고 고성방가에 싸움도 이따금 벌어진다. 홍씨는 "잠깐 앉아 쉬거나 가볍게 간식거리 정도 먹으라고 내놓은 야외 테이블이 어느새 민폐 끼치는 술집이 됐다"고 말했다.
기록적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열대야를 피해 편의점 야외 테이블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이용객이 늘면서 소음·취객 등 각종 민원도 만만치 않다. 부담 없이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는 수준을 넘어서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길가에 내놓은 편의점 야외 테이블은 현행 도로법상 불법 노상 적치물로서 엄연한 단속 대상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편의점 야외 테이블을 포함한 불법 적치물 단속 건수는 6500여건(일반 화물 등 불법 적치물 전체). 매달 1000건이 넘는 셈이다. 이중 3315건에 과태료를 부과했고 4239건을 강제수거했다.
단속은 빈번하지만 좀처럼 줄지 않는다. 직장인이 많은 회사 근처나 원룸, 대학가에서 특히 성행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편의점 야외 테이블은 접고 펴기가 쉬워 단속에 나서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5일 저녁 서울 당산동 지하철역 일대.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당산역 인근 편의점 곳곳에는 야외 테이블이 빽빽이 늘어섰다. 점포 1곳당 적게는 2~3개, 많게는 6~7개까지 테이블을 차렸다. 밤 9시가 지나자 야외 테이블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시간이 갈수록 주변에는 쓰레기가 넘쳐났다. 음주·흡연은 물론 소음으로 새벽까지 시끌벅적했다. 즐비한 테이블이 인도 절반을 차지해 보행자들은 좁은 틈 사이를 비집고 오갔다. 한 주민은 "더럽고 시끄러운 건 그나마 양반"이라며 "한번씩 싸움이 나면 이게 편의점인지 난장판인지 모른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원룸촌으로 유명한 서울 화곡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편의점이 들어선 골목마다 야외 테이블을 둘러싼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3년째 화곡동 원룸촌에 거주 중인 직장인 안모씨(28)는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밤늦도록 떠들어대는 편의점 취객들 탓에 잠 설치고 출근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 "마음 먹고 편의점 직원에게 따져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고 말했다.
야외 테이블이 불법인 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대표적 대학가인 서울 신촌에서 만난 대학생 한모씨(22·여)는 "편의점마다 꼭 있는 야외 테이블이 불법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대다수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만큼 야외 테이블을 단속이 아닌 관리하는 쪽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신촌동 한 편의점 점주는 "통행·소음 등으로 불편을 끼치지 않는다면 적당한 선에서 허용해주는 게 장사하는 쪽이나 이용하는 쪽이나 모두 좋은 일 아니냐"고 말했다.
당산동 한 점주도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이마저도 못하면 어떻게 손님을 끌어 모으나"고 말했다.
평소 야외 테이블을 즐겨 찾는다는 화곡동 임모씨(33)는 "대부분 이용객들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데 단속으로 없앤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관리 당국은 주민편의와 상권 활성화 등을 함께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야외 테이블은 단속할 때 잠시 치웠다가 단속반이 사라지면 곧장 또 꺼내놓는 일의 연속"이라며 "점차 무리한 적발보단 일정 범위에서 야외 테이블을 허용하고 규제 대상이라도 과태료 부과 대신 계도하는 선에서 끝내는 추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