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8·15, 광복인가 해방인가?

나윤정 기자
2016.08.15 11:49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평일 광복절을 낀 주말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지만 얼마만의 황금연휴인가. 강으로 바다로 떠난 사람들로 전국이 들끓는다. 언젠가부터 광복절은 '하루 쉬는 날' 정도로 전락한 게 현주소일 게다. 어떤 날인지 알고는 있을까.

며칠 전 한 교복업체가 광복절을 맞아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광복을 맞이한 해'를 물었다. '1945년'이라고 정답을 맞힌 학생이 93%였다. '광복절이 무슨 날이냐'는 질문에도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리기 위한 날'이라고 95%나 응답했다.(8월1~8일 스마트학생복 공식 SNS 채널 통한 중·고등학생 6734명 대상)

이 정도였다니 안도가 된다. 아이들은 기특하다. 그런데 뭔가 앞뒤가 안맞다.

보통 '광복=해방=독립'으로 착각하기 쉽다. 역사적 사실은 하나인데 어느 순간 적절히 혼용돼 쓰이고 있다.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선 사전 뜻부터 찾아볼 필요가 있다.

'해방'은 구속이나 억압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독립'은 독자적으로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사태를 의미한다. '광복'은 빛을 되찾았다는 추상적 의미인데 주권을 되찾았다는 의미로 변화했다. 그래서 '광복절은 일본으로부터 우리 조국을 되찾은 날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1945년엔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이지 '광복'을 맞은 것이 아니다.

1945년 해방되고도 우리 민족은 완전한 독립 상태가 아니었다. 미국과 소련의 점령통치를 받다 1948년 8월15일 비로소 '우리의 조국'을 다시 찾아 홀로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날을 '독립기념일'로 불렀고 1949년에는 '독립 1주년'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러다 1949년 9월 독립기념일도 3·1절이나 개천절처럼 '~절'로 이름을 바꿔 국경일이 되었다. 1950년 8월15일에는 제2회 광복절, 1951년에는 제3회 광복절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지난해 한국조폐공사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발행한 주화. 해방을 의미하는 'liberation'으로 표기돼 있다. /사진=한국조폐공사 홈페이지

그런데 1951년 한 신문이 '광복 6주년'이라는 말을 쓰면서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다 독립기념일이 광복절로 바뀐 것을 잘 알지 못한 국민들은 광복절을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날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한국조폐공사가 발행한 광복 70주년 기념주화 뒷면에도 'independence'가 아닌 해방을 의미하는 'liberation'으로 번역돼 있다. 결국 광복절은 1945년 8월15일 해방의 날을 일컫는 게 기정사실화돼버렸다.

미국의 대표적 언어학자 놈 촘스키는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고 했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면 사회까지 지배할 수 있다. 광복절 명칭을 두고 보수와 진보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단지 그들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은 8월15일이다. 해방인지 광복인지 독립인지 이 해묵은 이데올로기적 논쟁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가뜩이나 제대로 된 역사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데올로기적 해석보다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어른들의 과제이자 임무일 것이다. 역사를 통해 미래를 대비한다는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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