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모든 진심과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하여 여러분을 위해 성실히 봉사할 것을 맹세합니다."
10년 전 오늘(2006년 10월14일) 오전 4시,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이 제8대 유엔사무총장에 공식 선출됐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 일본의 오시마 대사의 공식 추천을 시작으로 회의 시작 5분 만에 투표 없이 회원국 대표들의 만장일치 박수(by acclamation)가 이어졌다. 1991년 9월18일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남북한이 동시에 회원국으로 가입한지 만 16년 만에 한국인 최초로 유엔의 수장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수락 연설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유엔의 3대 책무인 평화와 발전, 인권 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를 위한 개혁을 강조했다.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반 총장은 1944년 6월13일 충북 음성의 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3학년때부터 미군 부대에서 타임지를 구해 영어를 공부한 그는 고등학교 때 미국 존 F.케네디 대통령과의 짧은 만남을 계기로 외교관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다.
1963년 서울대 외교학과에 진학한 반 총장은 1970년 2월 졸업과 동시에 제3회 외무고시에 차석으로 합격했고 같은 해 3월 외교부에 첫발을 내딛었다. 1972년부터 4년 동안 주인도대사관에서 근무하다가 1994년 제1차 북한 핵 위기 당시 주미국대사관 정무공사로 재직하면서 그해 10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체결과정에 기여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승승장구하던 반 총장이었지만 그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2000년 제2대 외교통상부 차관으로 발탁되었으나 2001년 한·러 정상회담 합의문에 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 조약이 들어가는 실무진의 실수로 자리에서 물러나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이는 당시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폐기를 주장했던 것이었다. 반 총장은 "공직생활을 마감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고심하기도 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그에게 전화위복이 됐다. 유엔에서 풍부한 국제 경험을 쌓고 인맥을 다진 반 총장은 2003년 2월 참여정부 출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2004년 1월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이어 2006년 아시아에 돌아갈 차례였던 유엔사무총장 자리를 두고 인도의 샤시 타루르 당시 유엔사무차장과 경쟁했다. 수차례 비공개 예비투표를 거쳐 반 총장이 최종 후보로 낙점됐고 마침내 8번째 유엔사무총장에 선출될 수 있었다.
반 총장은 연임에도 성공했다. 2011년 6월 두 번째 임기의 연임 추천 결의안에 안전보장이사회와 지역그룹 전원이 만장일치로 서명했다. 결의안은 총회에서 192개 회원국의 박수와 함께 통과됐다. 그는 연임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어느 나라도 혼자서 문제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며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다시 한 번 내비쳤다.
10년간 '세계의 대통령' 자리를 두번이나 맡아온 반 총장. 올해 말 임기만료를 앞둔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는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원칙에 입각해 조화와 균형을 중시했다. 2010년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내전 상황이 발생했을 당시 적극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 미얀마 군부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2015년에는 군부가 약속한 7단계 민주화 과정 중 하나인 '국민총선'을 치르게 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 32번째로 선정됐다. 한국인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였다.
또 기후변화, 핵 확산 방지, 8가지 새천년개발목표 달성 등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전임자인 코피 아난과 같은 적극적인 정치가 스타일은 아니지만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 사이에서 기후 문제와 같은 민감한 이슈들을 노련하게 협상해왔다는 것이 긍정 측면에서 바라본 반 총장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다.
반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반 총장을 혹평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반 총장은 행정 능력이나 통치 능력 모두에서 실패한 총장"이라며 "코피 아난 등 전 총장들에 비해 강대국들에 맞서는 것을 싫어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반 총장이 국제 현안에 대해 제때 필요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힘없는 관측자"라고 비판했고 월스트리트저널도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평가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반 총장은 올해 12월31일 부로 10년 동안의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