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상당수 시민들은 환호와 박수로 탄핵안 가결 소식을 받아들였다. 시민들은 탄핵안 의안 설명부터 표결, 개표까지 전 과정을 곳곳에서 TV 생중계로 지켜봤다.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이 진행된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과 용산역, 서초구 고속터미널에는 표결 1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기차와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TV 앞에 모여 엄숙하게 탄핵안 표결 중계를 바라봤다. 평소 시끄럽고 활기 넘치는 금요일 오후 대합실 풍경은 사라지고 말 한마디 없이 중계를 바라보는 이들로 가득했다.
TV 앞 의자는 표결 1시간 전부터 만석.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도 TV 주변에 서서 결과를 기다렸다. 행여 행인이 지나치다 TV를 가리면 "화면을 가리지 마라"는 항의가 쏟아졌다. 열차와 버스 시간이 임박했지만 결과가 궁금해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시민도 상당수였다.
오후 4시8분 정 의장이 나와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서울역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박수도 이어졌다. 찬성표가 234표라고 화면에 뜨자 한 60대 노인은 "역시 국민들이 염원하는 대로 됐다"며 두 손을 모았다.
고속터미널에서 중계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탄핵안 가결 발표와 동시에 탄성을 내뱉었다. 역사적 순간에 울컥했다는 회사원 김모씨(31)는 "당연한 결과가 나왔다"며 "예상보다 많은 의원이 찬성해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탄핵안 표결 중계를 지켜본 강훈선씨(58)는 "원하던 결과"라며 "국회가 국민 뜻을 배신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임영희씨(42·여)는 "가결과 부결을 떠나 그만큼 국민들의 분노가 크고 한마음으로 퇴진을 바라고 있음을 보여준 게 아니냐"고 말했다.
용산역에서 TV 중계를 보던 김모씨(65)는 가결 소식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외쳤다. 김씨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 만세를 불렀다"며 "열이 받아 잠도 못 자고 혈압이 120까지 갔는데 혈압이 다 내려간 거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국회 앞은 축제장으로 바뀌었다. 박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를 하며 국회 앞 스크린으로 표결을 지켜본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과 대치했던 시민들은 분노를 가라앉혔다. 웃는 얼굴로 박수치며 환호했다. 감격의 눈물을 보이는 시민도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에서 진행되던 촛불집회는 탄핵안이 가결되자 곧바로 축제가 됐다. 경남 창원에서 올라온 직장인 김모씨(29)는 "다행이지만 하야로 끝났어야 할 문제였다"며 "헌법재판소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과를 착잡하게 지켜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탄핵안 발표에 탄성을 내놓다가도 뒤따를 국정혼란에 씁쓸해 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고속터미널에서 중계를 본 변리사 조영창씨(60)는 "예상했지만 씁쓸한 마음도 든다"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서글프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취업준비생 이보라씨(25·여)는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며 "국민의 뜻이 많이 반영된 것 같아 좋지만 애초에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회 표결 결과 299명(재적 300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가결됐다. 재적 의원의 2/3(200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최경환 의원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