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에 합병에 찬성할 것을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삼성물산 합병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조사 중인 특검팀은 29일 문 이사장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 수사가 개시된 이후 청구된 첫번째 구속영장이다. 문 이사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오는 30일 오후 3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 측에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 측이 제시한 합병안에 찬성하면 수천억원의 손해를 볼 상황이었다. 국민연금이 많이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낮게 평가돼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삼성물산 소액 주주들은 합병에 반대했지만,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에 성공했다. 합병이 성사되면서 국민연금은 수천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는 도움이 됐다.
그런데 삼성물산 합병일을 전후로 삼성 측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 등을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삼성이 최씨를 통해 청와대에 삼성물산 합병을 도와달라는 의사를 전달하고, 청와대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특검보는 "그동안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가 최근 조사에서 장관 시절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 이사장이 당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도 인정했느냐"는 질문에는 "현 상태에서는 말할 수 없다. 더 조사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문 전 장관이 특검 수사에서 관련 혐의를 인정하면서 위증죄가 추가됐다. 문 전 장관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청와대의 뜻이라며 삼성물산 합병을 종용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어 "삼성물산 합병 비율이 국민연금에 불리한 문제에 대해 기금운용본부도 인식하고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법적 절차에 따라 1대 0.35로 정해져 조정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에 따르면 국회에 출석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한 경우 1년 이상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문 이사장의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특검은 이날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다. 특검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이후 삼성 관계자를 소환한 것은 처음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해 운영한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16억여원을 후원했다. 특검팀은 김 사장이 장씨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준 배경을 조사 중이다. 이 특검보는 "현재 상태에서는 참고인이지만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