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눈물의 캠핑장(下)

# 2023년 캠핑을 시작한 30대 안모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캠핑을 즐기던 '나홀로 캠핑족'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캠핑을 끊었다. 캠핑장 이용 요금이 배로 뛰어서다. 1박에 3만~4만원이던 가격은 최근 7만~8만원대로 올랐다고 했다. 안씨는 "이 값이면 다른 숙소를 알아보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사진으로는 좋아 보여도 막상 가보면 위생이나 청결 상태가 열악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 봄·가을이면 2주에 한 번씩 가족과 캠핑을 즐기는 박예은씨(45)는 늘어난 비용을 체감했다. 2~3년 전만 해도 4인 가족이 식비와 주유비를 포함해 캠핑 2박을 약 30만원에 다녀올 수 있었는데 요즘은 40만원까지 든다. 박씨는 "가격이 오른 만큼 시설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며 "더 비싸지면 캠핑 횟수를 줄일 것 같다"고 했다.
캠핑족들이 캠핑장에서 떠난다. 가격은 올랐지만 시설과 서비스는 개선되지 않아 코로나19(COVID-19) 시기 유입된 이용객을 붙잡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이용자 수는 2019년 398만명에서 2023년 634만명으로 4년 새 60%가량 증가했다. 그때가 정점이었다. 2024년 캠핑족은 약 546만명으로 1년 만에 10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캠핑족 감소의 배경에는 비용 부담이 있다. 캠핑 1회시 1인당 평균 지출비용은 2023년 14만1000원이었으나 2024년 15만8000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비용을 더 내고도 만족도가 커지진 않았다.
차병희 한국캠핑협회 총재는 "시설 투자 없이 가격만 올리는 사례가 많다"며 "관리 부실로 실제 모습이 사진보다 훨씬 낡아 보이게 된다"고 했다. 이어 "실망한 고객이 발길을 끊으면 수익이 줄고 이는 다시 시설 투자를 미루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캠핑장 관련 피해구제 사건도 증가세다. 최근 5년(2020~2024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사건은 총 327건으로 2021년 이후 매년 늘고 있다.
유형별로는 '태풍·호우 등 기상 악화로 인한 위약금 분쟁'이 61건으로 가장 많았다. 악천후로 캠핑장을 이용하지 못했는데도 환급을 거부당했다는 사례가 다수였다.
문제 개선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10월 '캠핑장 플랫폼'의 불공정 이용약관을 시정했다. 자연재해나 도로 통제로 차량 이동이 금지되는 경우 환불이 가능하도록 하고, 부정확한 사진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플랫폼이 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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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약관은 개별 업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개별 업체의 경우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공정위가 시정하는 수준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업체들이 소비자 불만을 정확히 인지하지 않으면 산업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하고 환불 규정을 명확히 해서 분쟁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가 주말을 끼면 예약 경쟁률이 높은데 오늘은 운이 좋았어요."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랑가족캠핑장에서 만난 정상문씨(51)는 "평소 2~3개월에 한 번씩 캠핑을 즐긴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온 그는 "최근 캠핑 물가가 오르고 경제도 안 좋아지면서 캠핑 횟수가 줄었다"면서도 "(여기는) 가격과 시설이 좋아 계속 오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8도까지 내려갔지만 예약 명단에는 정씨 가족을 포함해 총 12팀이 올라 있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중랑가족캠핑장 등 서울 내 공공캠핑장의 1년 평균 가동률(전체 캠핑장 면수 기준)은 50% 이상이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한 2024년 수도권 캠핑장 1년 평균 가동률(40%)을 웃돈다. 특히 중랑가족캠핑장의 경우 가장 성수기인 가을철 주말 가동률이 95%에 이른다. 수도권 캠핑장의 2024년 가을철 주말 가동률은 79%였다.
캠핑 열기가 전반적으로 식어가고 있지만 수도권 공공캠핑장은 예외다. 캠핑 경력 6년의 50대 A씨도 "주 1회 캠핑을 즐기는데 공공캠핑장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최근에는 '1박 캠핑'은 주로 수도권을 가고, 2박 이상이어야 강원도 등을 찾는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가까운 거리 매력적

공공캠핑장의 인기 요인으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양호한 시설 수준이 꼽힌다. 서울 난지캠핑장 글램핑존의 4인 기준 1박 이용료는 10만원이지만, 서울 소재 민영캠핑장의 경우 18만~20만원까지 책정된 곳도 있다.
10년 넘게 캠핑을 즐기고 있는 한모씨(31)는 "예약이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민영캠핑장을 가곤 한다"며 "예약이 수월하다면 가격도 저렴하고 시설 관리도 충분히 잘 되는 공공캠핑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배짱 장사' 행태도 없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정한 운영 기준에 따라 캠핑장이 운영돼 환불 규정이나 예약 방식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말 동안 2박을 우선 예약받거나 환불 규정이 까다롭게 적용되는 경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공공캠핑장이 늘어나면서 민영캠핑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COVID-19)로 캠핑 붐이 일던 시기 지자체들이 공공캠핑장 조성에 나서면서 민영캠핑장의 경영 여건이 악화됐다는 불만이다.
캠핑장을 운영하는 B씨는 "민간사업장은 공공캠핑장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며 "지방에는 아직 공공캠핑장 수가 적지만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민영캠핑장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강명훈 대한캠핑장협회 사무총장은 "K-문화가 국제적으로 표준이 되는 만큼 민영캠핑장도 트렌드를 앞서서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했던 캠핑 시장이 엔데믹 이후 뚜렷한 하락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캠핑 수요 둔화는 용품 판매 감소를 넘어 캠핑카, 유통 채널, 해외 브랜드 운영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업계는 최근 캠핑 시장이 코로나19 기간 급증했던 수요의 기저효과가 나타나면서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주요 캠핑·아웃도어 업체들의 실적은 최근 1~2년 사이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헬리녹스는 코로나 특수가 정점을 찍었던 2022년 매출 769억원에서 2023년 785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2024년에는 42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2022년 249억원에서 2024년 149억원으로 감소했다. 코베아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2021년 457억원까지 확대됐던 매출은 2024년 202억원으로 축소됐고, 영업이익도 130억원에서 42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캠핑 시장 성장 둔화가 주요 업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실적 하락은 수요 정체와 소비 채널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해외 직구 플랫폼 확산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브랜드 수익성이 압박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가 장비 중심의 프리미엄 캠핑 시장이 위축되면서 브랜드들의 매출 감소폭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브랜드 사업 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신기그룹이 2018년부터 전개해온 덴마크 프리미엄 캠핑 브랜드 노르디스크와의 국내 계약이 최근 종료됐다. 노르디스크는 공식 공지를 통해 한국 공식 홈페이지 운영을 2026년 2월 28일부로 종료하고, A/S 역시 2026년 2월 13일까지 접수된 건에 한해 지원한다고 밝혔다. 공식 유통 채널과 고객 지원 체계가 동시에 정리되면서 국내 시장 내 브랜드 활동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이는 프리미엄 캠핑 시장 수요 위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캠핑 산업 위축은 완성 장비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캠핑카와 카라반 시장은 팬데믹 시기 대표적인 수혜 산업으로 꼽혔지만 최근 분위기가 빠르게 반전됐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제작·판매된 캠핑카 및 카라반은 1525대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전 6112대 대비 약 75%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 당시 출고까지 1년 이상 대기해야 했던 캠핑카가 현재 중고 시장에서 매물 부담으로 작용하는 등 수요 급락의 여파도 나타나고 있다.
수요 감소의 배경에는 여가 트렌드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패션·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고가 장비 중심 캠핑 용품 수요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트레일·트레킹 라인 강화에 좀 더 집중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캠핑 중심에서 보다 범용성이 높은 야외 활동 시장으로 전략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통업계 역시 신규 캠퍼 유입 둔화를 시장 변화의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캠핑 수요가 급증하며 시장 규모가 일시적으로 확대됐지만 현재는 신규 수요 증가세가 둔화된 상태"라며 "대부분 소비자들이 기본 장비를 이미 갖춘 만큼 최근에는 교체·업그레이드 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채널 관계자도 "국내 캠핑 산업은 팬데믹 특수 이후 수요 감소와 소비 트렌드 변화가 맞물리며 구조적 재편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여가 활동 선택지가 다양해진 환경 속에서 캠핑은 과거와 같은 폭발적 성장보다는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차별화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