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딸 정유라씨(21)에게 학사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류철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필명 이인화·51)의 변호인이 "류 교수가 김경숙 전 이대 체육대학장의 부탁으로 최씨와 정씨를 한 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의 변호인 구본진 변호사는 2일 류 교수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학장이 3차례 부탁을 해서 할 수 없이 지난해 4월 교수실에서 최씨 등을 1분 동안 만났고 당시 최씨 등이 누군지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구 변호사에 따르면 김 전 학장은 류 교수에게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한 정윤회씨의 딸이 정씨 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 우울증에 걸렸다"며 "학교에서 생긴 일이니 학교에서 보상을 해줘야한다. 출석과 학점을 좀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교수가 정씨의 성적을 위조한 구체적 경위에 대해 구 변호사는 "김 전학장이 부탁을 하니까 조교들에게 '잘 봐주라'고 얘기한 것"이라며 "문제가 된 강의를 들은 학생이 2900여명인데, 그중 정씨를 포함한 100여명의 점수를 올려줬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류 교수가 정씨의 답안지를 허위로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에 난색을 표하는 조교들을 강하게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교육부 감사가 시작되기 훨씬 전 정씨가 언론에 오르내릴 때 답안지를 허위로 작성해 끼워넣은 것을 인정한다"며 "조교들을 겁박했다는 의혹은 처음 들어본다"고 설명했다.
구 변호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류 교수를 긴급체포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류 교수가 사실관계를 모두 다 인정했다"며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없는데 긴급체포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법리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특검 조사에서 진행된 조교들과의 대질신문에서 계속 혐의를 부인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 구 변호사는 "조사에 모두 참석했는데 대질을 하지 않았다"며 "류 교수는 모두 자백을 한 상황이라 대질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최씨와 정씨의 인상을 묻는 질문에 구 변호사는 "최씨와 정씨가 류 교수를 만나러 교수실에 들어왔을 때와 나갔을 때 인사도 안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최씨 등을 만난 뒤 김 전학장이 '인상이 어땠느냐'와 같은 질문을 해 친한 관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류 교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오후 3시부터 진행됐다. 류 교수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나 다음날 새벽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심사를 마치고 나온 구 변호사는 "류 교수가 법정에서 모든 것을 다 인정하고, '소설가로서 교수로서 모든 것을 잃게 됐는데 참담하게 생각하고 반성한다. 응분의 대가를 받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류 교수는 해당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김 전 학장와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 변호사는 "교육부 감사를 앞두고 김 전 학장이 전화를 해 '나는 체육특기자를 봐주라고 한 것 뿐이다'라고 진술했다고 말을 했다"며 "이에 류 교수도 그런 취지에 맞춰서 진술을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전날 업무방해·증거위조교사·사문서위조교사·위조사문서행사·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류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류 교수는 이화여대에서 'K-MOOC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라는 강의를 하면서 정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혐의를 받는다. 정씨는 이 과목의 기말시험을 보지 않았는데도 본인 명의의 답안지가 제출됐고 온라인 강의도 대리 수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에 따르면 류 교수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조교들을 시켜 정씨의 허위 답안지를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에 난색을 표하는 조교들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검팀은 류 교수를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조사하던 중 긴급체포했다. 이에 대해 이규철 특검보는 "현직 교수인 점과 진술태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긴급체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인화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류 교수는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소설가로 활동했다. 류 교수는 이후 '정조 독살설'을 다룬 소설 '영원한 제국'을 출간해 유명세를 탔고 이대 전임강사로 초빙돼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