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집회 애국보수 청년들, "박근혜 사랑하면…"

윤준호 기자
2017.01.03 16:06

박사모 2030 회원, 집회 경험담 소개…태극기 실수로 놓치자 '욕설' 날아들어

12월31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보수 성향 단체의 맞불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 제공=뉴스1

신앙이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박근혜 대통령은 하나의 종교적 숭배 대상이다. 맹목적 추앙은 믿고 싶지 않은 얘기들을 모두 거짓으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촛불은 이단이다. 자신들의 종교를 무너뜨리려는 적군과 같다. '박사모'에 직접 들은 맞불집회는 머리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10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2016년 12월31일. '박사모' 회원 김민우씨(31·가명)는 맞불집회에 나갔다. '박사모' 카페에는 오래전 가입했지만 집회에 참가한 건 처음이다.

'박사모'에는 연령대·지역별로 여러 모임이 있는데 김씨는 그중 젊은층으로 구성된 '2030청년포럼'의 일원이다. 단체 카톡방 인원은 30여명. 이중 실제 31일 맞불집회에 나온 회원은 5~6명 정도다.

맞불집회는 오후 2시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렸다. 김씨는 집회 시작 1시간 전까지 모여달라는 '지침'을 받았다. 막상 도착하니 긴장되고 망설여졌다. 결국 시청광장을 몇 바퀴나 맴돌다 집회에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본 행사 직전 대한문으로 간 김씨를 '2030청년포럼' 리더가 맞이했다. "애국 보수 환영해요"라는 인사말을 하고 악수했다. 현장에는 일부 회원이 먼저 모여 있었다. 이들은 지금껏 치른 맞불집회에 모두 참가한 '골수 박사모'임을 자처했다.

그중 30대 남자 회원은 이날 아침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직장에 다니는 보수우파라고 본인을 소개했다고 한다. 다른 회원들도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거나 취업준비생들이었다.

12월31일 '박사모' 등 보수 성향 단체의 도심 행진 모습. 참가자들은 저마다 태극기를 들고 '탄핵무효' '국회해산' 등 구호를 외쳤다./사진 제공=뉴스1

김씨는 "겉으론 모두 평범해보였다"면서도 "대화를 나눌수록 촛불집회에 대한 반감이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박 대통령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최순실 게이트는 언론의 조작으로 빚어진 비극일 뿐이다. 그래서 촛불집회는 거짓 선동이자 박 대통령에 대한 모함이었다.

김씨는 "한 남자 회원이 '촛불로 박 대통령을 위협하면 곧장 처형해야 한다'며 미리 준비해온 호신용 너클(손가락에 끼는 근접 무기의 일종)을 주먹에 껴 보였다"고 말했다.

본 집회를 앞두고 김씨는 태극기와 티셔츠를 지급받았다. 티셔츠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상징문구인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가 새겨져 있었다.

김씨가 실수로 태극기를 바닥에 떨어뜨리자 "뭐하는 짓이냐"며 욕이 날아왔다. 태극기를 줍자 "박 대통령을 사랑하면 나눠준 티셔츠로 갈아입어라"고 리더가 말했다. 김씨는 일단 등에 걸치는 걸로 대신했다.

31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보수 성향 단체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사진=이기범 기자

구호는 목청껏 외쳐야 한다. 주요 구호는 '탄핵무효' '국회해산'이다. 임무도 있다. 맞불집회 현장을 가로지르는 촛불집회 참가자가 있으면 색출해서 고발해야 한다. 촛불을 든 시민은 박 대통령을 해치는 적군이기 때문이다.

청년층이 드물다 보니 김씨처럼 맞불집회에 나온 젊은이들은 60~70대 참가자들의 관심을 받는다. 김씨는 "주변 어르신들이 '2030청년포럼'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고 '젊은 친구들이 기특하다'며 간식도 챙겨줬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또래 친구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중장년 '박사모'의 당부도 잇따랐다"고 소개했다.

한 60대 '박사모' 회원은 김씨에게 "우리는 오늘 죽어도 한이 없는 사람들인데 추운 날씨에 왜 이렇게까지 사서 고생하겠냐"며 "앞으로는 젊은이들이 같이 나서 애국 보수의 무서운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조가 된 '2030청년포럼' 한 회원도 "일간베스트(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처럼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가 젊은 보수층을 집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집회와 행진까지 합쳐 이날 약 7시간 동안 '박사모' 맞불집회에 참가했다. '보수집회에 나오면 일당을 받는다'는 항간의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간단한 음료나 간식은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2030청년포럼' 리더가 결제하면 '박사모' 중앙회에서 경비(영수증)로 처리해주는 방식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경비처리 금액은 약 100만원 정도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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