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가 내부용으로 보유 중인 '재건축(재개발 포함) 비리 백서'를 외부로 공개한다. 전국의 사업장에서 이 백서를 반면교사 삼아 비리를 막으라는 취지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백서를 펴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서에 '철거왕 이금열' 사건의 주 무대인 가재울4구역 재개발 사업장(가재울4)의 실태가 낱낱이 드러난 만큼 추가 수사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본지 10월18일[단독]비리 백과사전, 사상최초 '재건축 백서' 보니…보도 등 참고)
서대문구는 지난해 제작한 해당 백서 초안을 보완해 2018년 하반기에 정식 발간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백서는 현재 내부용(사업장 점검 때 참고 등)으로 쓰이는 중이다.
앞서 본지가 백서 초안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가재울4 조합이 시공사(대형건설사), 협력업체와 맺은 17가지 유형의 계약들에 빠짐없이 크고 작은 비리 혐의(불필요·허위 계약 등)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집행부 일부가 업체가 짬짜미해 부당하게 공사비를 늘리고 배를 불리는 사이 일반 조합원들만 피해를 보는 구조다.
서대문구는 조합의 최종 의사결정 절차인 총회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점을 문제의 원인으로 봤다. 2007년 5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총 21회에 걸쳐 총회가 열렸고 매번 조합원의 약 80%가 'OS요원'(홍보요원)을 통해 서면결의(일종의 부재자 투표)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상당수 의사가 왜곡 혹은 조작됐다는 판단이다.
서대문구는 기존의 가재울4뿐만 아니라 가재울5재개발, 홍제1주택재건축 등 6개 사업장을 추가로 분석해 백서 내용을 최대한 일반화시키는 방향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백서 발간과 함께 각종 제도개선 제안도 준비 중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백서를 참고하면 조합원들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고 서로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업비도 크게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서의 주요 분석대상인 가재울4는 서울 서대문경찰서와 서울서부지검, 수원지검이 돌아가며 수사했던 전력이 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당시 다뤄진 혐의는 백서에 담긴 비리 정황의 극히 일부분이다. 재수사 혹은 추가 수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최용갑 당시 서울 서대문경찰서 수사관(현재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이 최근 "경찰 내 일부 세력이 '철거왕 이금열' 사건의 수사기록을 조작해 무마했다"고 폭로하고 나서면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