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남성 강주영씨(가명)는 지난해 6월 중부 유럽 한 국가로 떠났다.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다.
강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다. 종교적 이유는 아니다. 징병제라는 국가의 군대운용 체제에 대한 거부감과 개인적인 신념 등이 난민 신청을 택한 이유다. 3년 전 친구가 군대에서 총기 사고로 숨진 일이 계기가 됐다. 상명하복의 군대 조직 문화 자체에 거부감도 컸다.
학창시절 겪은 소위 군대 문화에도 환멸을 느꼈다. 예술을 전공한 강씨는 "대학에 다닐 때 군대 조직처럼 선배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며 "나이와 상관없이 무조건 학번 순이었고 군기 잡는다고 집합도 하곤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결국 대학을 중퇴했다.
한국인 중에도 난민이 있다. 강씨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 등을 이유로 해외에서 난민을 신청한 사람들이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대한민국 출신 난민과 난민 신청자는 2017년 말 기준 631명이다. 2016년 말(526명)에 비해 105명 더 늘었다. 북한 출신 난민과 난민 신청자는 1766명으로 집계됐다.
난민 신청 사유별로 통계를 집계하지는 않아 무슨 이유로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난민 신청을 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시민단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안악희 '징병제폐지시민모임' 서울지부장은 "매년 난민 신청을 준비하거나 문의하는 사람은 20~30명, 실제로 난민 신청하러 해외로 나간 사람은 5~6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용석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 간사도 "한 달에 2~3명, 1년에 20여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난민 신청 관련 상담을 하러 온다"고 밝혔다.
활동가들은 이들이 난민 신청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로 한국의 군사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꼽는다.
안 지부장은 "합의 없이 국가가 강제로 의무를 지우는 징병제를 따를 수 없다는 등 개인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고생하더라도, 조국을 버리더라도 외국으로 나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청년들이 망명을 떠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대체복무제 도입, 나아가 모병제로 바꾸기 위한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간사는 "대체복무제 도입이 시급하다"며 "감옥행이나 망명을 선택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개인적 신념을 지키면서도 사회 공동체에 기여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