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대기업에 '인권경영 내규' 의무화 추진

황국상 기자
2018.08.28 04:00

[the L] 인권경영 내규 채택 기업에 공공조달 가점 등 인센티브 검토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이어 대웅제약 윤재승 회장의 ‘갑질 논란’ 등 기업내 인권침해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대기업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인권경영 내규’의 채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업으로 하여금 인권 보호 책임을 스스로 부과해 이행토록 하는 것은 물론 인권 침해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인권경영 내규를 채택한 기업에 공공조달 참여기업 선정 또는 공적자금 투자대상 선정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4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 주재로 재계, 학계, 법조계 인사들을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업인권경영 표준안 도입을 위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기업들에게 자율적 규범인 ‘기업인권경영 표준안’(이하 표준안)을 채택토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법무부는 실효성 제고를 위해 표준안의 주요 요소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인권기본법’에 명시하거나 상법 등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표준안 채택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법률 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인권경영 내규 채택을 의무화하는 방안 △내규 채택 여부를 공공조달 기준 및 공적자금 투자기준에 포함시키는 방안 △기업의 형사상 책임을 결정하는 데 대한 양형요소로서 기업 내부 인권침해 감독시스템 유무를 포함시키는 등의 방안도 내놨다.

정부는 우선 기업이 사내 내규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의 형태로 표준안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국제적으로도 ‘유엔(UN) 기업과 인권 가이드라인’ 등 기업의 자발적 이행을 전제로 한 규범화 논의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모든 업종·기업에 적용되는 강행규범과 같은 행위의무를 만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기업이 내규와 같은 ‘연성규범’(Soft Law) 형태로 표준안을 도입한다면 업종·규모별로 최적화된 형태의 의무 이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업종·규모별로 세부적 내용에 차이가 있더라도 필수적인 내용에 대한 지침은 법무부가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표준안은 기업이 존중해야 할 인권을 열거하기보다 기업의 실천·점검의무에 대한 이행지침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서도 “기업활동이 영업망을 통해 인권침해에 연루되지 않도록 유의할 책임, 환경에 대한 책임 등이 기업 인권존중 책임에 포함된다는 점 등은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기업의 인권존중책임의 내용은 ‘유엔 기업과 인권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유엔 글로벌컴팩트’ 등 관련 국제 인권규범의 내용을 기초로 구성할 것”이라고 했다.

표준안에는 △인권경영지침 제정 및 공표 △지침의 집행기구 마련 △기업 운영 및 주요 사업에 대한 인권영향평가 실시 △인권경영 관련 정보의 공개 △구제절차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