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행정처 출신 판사들, 6월 휴대폰 무더기 폐기·교체

백인성(변호사) 기자
2018.09.17 16:59

[the L] "송곳으로 찍어 버렸다"…검찰, 조직적 증거인멸 의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법원행정처 출신 전·현직 판사들이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지난 6월 무더기로 휴대폰을 폐기 또는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현직 판사들의 조직적 증거인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법원행정처 출신 전·현직 판사들 중 20명 가량이 올들어 휴대폰을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약 7명이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가 본격화된 6월에 기존 휴대폰을 폐기하고 새 휴대폰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6월 자신의 휴대폰을 폐기한 뒤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 직원의 지인 명의로 차명 휴대폰을 개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근 이 차명폰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했다.

6월 이전에도 법원행정처 출신 전·현직 판사 약 10명이 올들어 대법원의 내부 특별조사단의 조사가 진행된 5월까지 기존 휴대폰을 폐기 또는 교체했다고 한다.

전·현직 판사들이 주장한 휴대폰 폐기 또는 교체의 이유는 "액정이 깨졌다" "전동모터가 고장났다" "잃어버렸다" 등으로 다양했다.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비가 오길래 휴대폰을 봉지에 싸서 주머니에 넣었는데 잃어버렸다"고 주장한 사례도 있었다. 법원에서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는 기사를 본 뒤 휴대폰을 폐기했다고 밝힌 경우도 있었다.

한 전직 판사는 "휴대폰 뒷판을 열고 송곳으로 찍은 뒤 버렸다"며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휴대폰을 물리적으로 파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일부 전·현직 판사들이 사법농단 과정의 공모 정황 등을 숨기기 위해 증거를 의도적으로 인멸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현행 법상 자신이 아닌 남의 죄를 숨기기 위해 증거를 인멸할 경우 '증거인멸'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달말 추석 연휴 이후 임 전 차장 등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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