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전직 사법부 수장 출신으로 헌정사상 최초 구속 기로에 놓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전범기업측 변호사와 독대한 정황과 관련해 재판 개입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로펌 측이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23일 뉴스1 취재결과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만났지만 그런(재판 개입 관련) 말을 했을 것 같지 않다"며 "(김앤장) 한모 변호사가 왜곡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원합의체(전합) 회부 권한을 가진 양 전 대법원장이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 대리를 맡은 로펌 김앤장의 한 변호사를 수차례 직접 독대한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김앤장 한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는 일제 강제징용 재판 관련 향후 소송 진행계획과 재판방식을 함께 논의하는 등 양 전 대법원장의 역할을 적시한 독대 관련 문건도 확보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에게 강제징용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넘기라는 청와대 측 입장을 전달하고, 판결을 뒤집기 위해 전합 회부와 그 방식, 외교부 의견서 제출 절차 등을 논의했다는 진술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같은 물증을 제시하자 양 전 대법원장은 한 변호사와 여러차례 만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재판에 개입하기 위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지는 않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앤장 변호사 측의 진술에 대해서는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물증인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의 업무수첩에 '대(大)'자로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지시를 암시하는 표기가 기재돼있는 것에 대해서는 "사후에 적어넣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로 상고법원 등에 쓴소리를 한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직접 'V' 표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 문건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인사권자의 범위 내 일이지 직권남용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검찰은 이날 심사에서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 한 뒤 인사보복을 했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사례를 들며 반박했다.
안 전 국장의 경우 인사개입 한 건인데 반해 양 전 대법원장은 수십건에 달해 사안의 중대성이 훨씬 크며, 물증 및 진술로 입증이 된 데다 본인이 인정해 확실히 소명됐다는 것이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과 같은 시간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영장심사를 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62·12기)도 검찰이 재청구 과정에서 추가 혐의로 적시한 지인 재판 형사사법시스템 무단 열람 혐의 등에 대해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부인 취지로 진술했다.
박 전 대법관은 고교 후배이자 투자자문회사 T사의 대표인 이모씨의 탈세 혐의 재판 등과 관련해 본인의 집무실에서 수차례 만나 자문해주고 형사사법시스템을 열람하고 알려준 것은 인정하되 "사적으로 해준 것"이라며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이씨의 회사에 앞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을 고문으로 자리를 알아봐줬다는 정황에 대해서는 "있을 데가 없을 것 같아서 해줬다"며 증거인멸 또는 입막음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고 있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또는 이튿날 새벽에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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