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치를 매기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직주근접은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법조인들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서초대로와 반포대로가 교차하는 서초역 주변에는 대검찰청과 대법원이 있고, 서초중앙로가 교차하는 교대역까지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이 순서대로 늘어서 있다. 바늘 가는데 실이 가는 것처럼 검찰과 법원 일대에는 크고 작은 변호사 사무소들이 따라붙어있다.
이처럼 법조 3륜(輪)이라고 하는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이 몰리면서 서초동은 '법조타운'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법조타운 사람들은 어디에서 거주할까.
그들의 거주지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변호사를 제외한 상당수가 공직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직주근접 원리를 적용하면 이들은 대부분 강남구·서초구에 거주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8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2018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공무원 가등급 이상, 고등법원 부장판사·대검찰청 검사급 이상은 재산이 공개되는데, 상당수가 서초동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거주한다.
문제는 이들의 부동산(토지, 건물 등)이 공시가격 위주로 신고·공개된다는데 있다. 즉 신고된 공직자 재산규모와 실제 재산과의 격차가 크다는 뜻이다.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격으로 신고되면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재산이 축소신고될 수 있다.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게 부동산이고 강남·서초 일대가 가격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법조 공직자들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박상기 법무장관은 서울 서초동 소재 아파트 전용면적 178.85㎡ 규모 아파트를 5억9300만원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12억(지난해 9월 기준)이다. 절반 가까이 축소 신고된 셈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강남구 압구정 구현대아파트(104.84㎡·약 32평)를 매도했다고 신고했다. 당시 공시지가로 7억3000만원을 신고했지만, 지난해 1월 기준으로 현대5차(113㎡) 아파트는 24억원선에서 팔렸다.
사법부쪽도 마찬가지다. 안철상 대법관은 배우자와 공동명의의 서초동 아파트(208.63㎡)를 소유하고 있는데 13억7000만원으로 공시지가 기준으로 신고했다. 실거래가격은 신고가격을 크게 웃돈다.
'부자 판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동오 서울고법 부장판사 역시, 본인 명의의 압구정동 아파트(210.1㎡)를 26억8800만원에 신고했고, 배우자(87억 상당)와 장녀(28억 상당)·장남(31억 상당)도 삼성동과 신사동 등지에 상가용 건물을 갖고 있으며 모두 실거래가와는 차이가 나는 공시지가로 신고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김연철·문성혁 등 장관후보자 7명의 부동산 신고가격과 실제 시세를 비교한 결과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후보자 7명이 보유한 부동산의 총 신고가격은 약 152억원인데, 시세의 60.4% 수준에 불과했다.
이처럼 공직자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실제 가치보다 낮게 재산을 신고하게 되는 경우가 많자 정부가 재산신고때 부동산을 실거래가격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인사혁신처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검토중이다.
공직자 신고제도가 공직 청렴성을 높이겠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형식적 절차'에만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법 개정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