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뇌물을 받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본인에 대한 2심 선고 공판에 불출석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0분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김 전 기획관의 뇌물방조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 정작 피고인인 김 전 기획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김 전 기획관 측은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변호인을 통해 불출석사유서를 냈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선고를 오는 25일 오전 10시20분으로 연기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과 4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오며 이 전 대통령의 재산과 사생활 등을 손수 챙긴 '집사'로 꼽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2008~2010년 기간 김성호·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들에게 특수활동비 상납을 요구하고 이들로부터 4억원을 건네받는 과정에서 김 전 기획관이 '전달자'로 관여한 것으로 보고 1심 재판 중 김 전 기획관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김 전 기획관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은 뇌물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국정원 특활비의 뇌물수수로 인한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면소를 각각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국정원 특활비에 대해 '뇌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김 전 기획관의 뇌물방조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또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서는 국고손실죄의 공소시효(10년)가 아니라 횡령죄의 공소시효(7년)를 작용해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면소를 판결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와 별도로 진행되는 이 전 대통령의 뇌물·횡령사건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그간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증인소환에 8차례나 불출석한 김 전 기획관이 이날 자신의 선고공판에는 출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을 잡은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기획관의 불출석으로 증인신문 기일 역시 다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의 이학수 전 부회장을 만났다는 점을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 진술은 1심에서 '삼성 소송비 대납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도록 하는 데 핵심 근거로 꼽혔다. 김 전 기획관은 또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도 자신이 이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도 진술한 바 있다.
김 전 기획관은 무려 8차례나 법원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 증언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그의 소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구인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이날도 김 전 기획관이 2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가 발부한 구인영장이 바로 집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김 전 기획관의 불출석으로 불발됐다.
김 전 기획관은 극구 이 전 대통령과의 대면을 꺼리는 모습이다. 이날 김 전 기획관 측 변호인은 "(김 전 기획관이) 법정에 나오고 싶었으나 아프셔서 못 나오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기획관 측이 불출석사유서와 함께 제출한 진단서는 지난 4월에 발급된 것이었다. 발급된 지 석 달이 다 돼가는 진단서를 내놓을 정도로 나오기 싫다는 의지가 표명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