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통역사가 '마스크' 쓸 수 없는 이유

이강준 기자
2020.03.10 08:00
/사진제공=울산시청

5178만명의 대한민국 국민(2020년 통계청 중위추계)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정보를 정부 브리핑 방송을 통해 확인한다.

그 중 농인(수어·수화로 의사소통가능자)과 구화 가능자(상대방의 입술모양으로 말을 이해하고 의사소통하는 자)를 합친 청각장애인은 34만명. 이들은 1800여명의 수어통역사의 손 끝을 통해 코로나19를 접하고 대비한다.

수어통역사 신혜영씨(39)와 채주연씨(24)는 9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올해 처음 수어통역사가 정부 브리핑에 투입됐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신씨는 울산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채씨는 최근 공영홈쇼핑에서 게릴라 마스크 판매 방송 수어통역을 맡았다.

"코로나19 뜻하는 수어, 최근에야 만들어져"
(왼쪽부터) 우한을 뜻하는 수어. 코로나의 C를 뜻하는 수어. 바이러스를 뜻하는 수어. 이 셋을 합쳐 합성어인 코로나바이러스를 표현한다./사진제공=신혜영 수어통역사

신씨는 코로나19 브리핑 현장에 투입됐지만 정작 코로나19를 뜻하는 공식 수어가 정해져 있지 않아 곤혹을 겪기도 했다.

신씨는 "이번 사태는 너무 급박하게 진행되다 보니 수어 표현을 통일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우한(중국의 지역수어)'과 코로나의 'C' 그리고 '바이러스'라는 세 가지 의미를 합성한 단어를 사용하는 영상을 게재해 앞으로 이렇게 표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턱에 거는 이유?…"수어는 손과 입 동시 필요"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4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오늘 오전 0시부터 후베이성 발급여권을 소지한 중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관할 공관에서 발급한 기존 사증의 효력을 잠정 정지했다. 2020.2.4/뉴스1

일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왜 수화(어)통역사들은 마스크를 끼지 않나요?"라며 "마스크를 끼지 않아 감염에 노출될까 걱정된다"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신씨는 "통역사는 손으로만 의미를 전달하는 게 아니다"라며 "표정·입모양 등으로 정확한 의미를 전해야 하기에 마스크 착용을 제한하게 된다"고 답했다. 이어 "마스크를 미착용하되 준비는 되어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통역사끼리 '브리핑 때 마스크를 턱에 걸고 하자'라는 웃지 못할 합의에 이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수어통역 아쉬운 점 많아"
공영홈쇼핑에서 수어통역을 하고 있는 채주연씨/사진제공=채주연 수어통역사

채씨는 "이번 정부 브리핑에는 통역사가 투샷으로 잡혀 농인도 함께 상황을 알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도 "공영홈쇼핑 방송에는 수어통역사가 있었지만 전화, ARS 주문 등에서는 배치되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두 통역사 모두 급변하고 있는 코로나19 정책을 청각장애인이 완전히 이해하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신씨는 "짧은 브리핑 시간 내에 새로운 정부지침을 세세히 표현하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예가 마스크 5부제"라며 "농인이 직접 명확한 수어를 통해 안전수칙과 정부의 새로운 지침 등을 설명하는 맞춤형 영상을 정부에서 만들어 배포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채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학교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는데 수어통역이나 자막 지원은 미비해 농대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에서 여기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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